스트릿 포트레이트 (Street Portraits)
이태원에서 할로윈 코스튬 촬영을 하는 건 아직 유족들에게 미안하고, 그다음 장소로 홍대를 고려했으나, 사람이 미어터질 것 같고 또 거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렇게 해서 성수동을 선택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무도 할로윈 코스튬이나 분장을 하지 않았다. 간혹 분장한 외국인이 보이긴 했지만, 음.. 뭔가 성수동은 할로윈 분장과 거리가 먼 것인가? (위 허수아비 사진들 정도가 성수동에서 본 할로윈의 흔적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원래 성수동 대림창고 건널목에서 대림창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이곳에 소방차, 119, 경찰차가 가득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차관 행차(?)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을 통제하며 차관 모시기.. 음... 할로윈 인파도 없고 아무도 할로윈을 즐기는 분위기가 아닌데 오히려 공권력으로 분장한 할로윈 파티 컨셉인가?
원래 스트릿 Portrait의 경우 정말 변수가 많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또한 계속 좋은 스팟을 찾느라 걷는 건 덤이다. 만보.. 우습게 걷는다. 날씨도 변수다. 습기가 가득 차거나 비가 내리거나. 또한, 지금 시기는 모기들도 엄청 성가시다. 집중해서 찍다 보면 몇 방 물리는 건 기본... 깐데 또까? 컨셉인가 다른 넘이 문 자리를 또 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나의 순간 원하는 샷이 나올 수 있다.
어제 내가 원했던 샷이다.
싱어송라이터 강혜영 씨와 댄서 이지아의 콜라보 사진이다.
대림창고를 배경으로 찍으려 했지만, 이 장소는 이미 119와 소방차, 경찰차가 가득.. 이왕 이렇게 된 김이 119에서 번쩍이는 조명을 딱 내가 원하는 순간 사용했다. 그리고 준비했던 프로포토 a2 (Profoto A2) 를 한 손에 들고 한 손엔 무거운 핫셀블라드 x2d에 xcd 55v 렌즈를 마운트 하고 오락가락하는 초점을 극복(?) 하고 한 장을 얻었다. 하나의 순간 광원 조명을 사용했지만, 오히려 배경의 소방, 경찰차의 사이렌 조명 덕분에 할로윈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아쉽지만, 기대하지 않던 사진이 나온 순간이다.
멀리서 이 사진 한 장을 위해 찾아온 지아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몇 장 더 찍어 보았다. 그중 가장 지아스러운 사진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