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나 귀찮은 것
여행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준비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란 여행지에 대한 기초 지식 공부도 포함이 된다. 전문가 수준 정도의 공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지식을 가질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알고 책에 나온 역사적인 건물이나 작품을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더 의미 있고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정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곳이 이탈리아다.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준비하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제일 귀찮고 피곤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로 갈지, 어떤 루트로 갈지부터 주어진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여 숙소, 이동 수단의 이용 여부까지 찾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이미 여행지에 가 있는데, 아직 가보진 못한 곳이라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고 이 준비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알기 힘든 부분도 많다. 그래서 여행 커뮤니티나 블로그, 책을 참조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이 잘 잡히지 않고 답답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여행은 이탈리아만 여행하려고 했기에 ‘나라’ 선택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기간 안에 각 도시마다 며칠을 머물러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여행 루트의 시작과 끝은 간단했다. 로마부터 피렌체, 밀라노를 거쳐 베네치아까지. 고대, 중세 시대를 거쳐 르네상스, 현대까지 걸쳐 있는 이탈리아의 시대 흐름을 따라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위치한 도시들을 선택하고 기간 배분까지 완료했다. 시간만 있으면 계속 그 도시에 머물면서 맛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기에 이 마지막 단계는 준비 과정에서 힘든 결정을 하는 단계다.
짐은 최대한 적게 들고 가기 위해 기내에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만 준비했다. 짐은 가장 기초적인 세면도구와 옷부터 어디서 구매 하기도 빌리기도 애매한 와인 오프너와 손톱깎기까지 챙겼다. 짐이라는 것은 언제나 가벼웠으면 하는 마음과 여행 중 부족함이라는 불안감을 느끼기 싫어서 평소에 사용하는 물건들을 모두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교차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이 짐 싸는 것이 여행의 첫 장애물이 되곤 한다.
또 뭐 있지?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한 게 여행이고,
부족함을 아는 것도 여행이고,
부족함에 적응하는 것도 여행이고,
부족함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것도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