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라는 그 설렘
이번 이탈리아 여행이 다른 여행객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탈리아까지 이동하는 거리일 것이다. 나는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Toulouse)에서 교환 학생을 하고 있었기에 여기서 비행기로 로마까지 약 2시간만 가면 된다. 그래서 시차 적응과 체력에 대한 문제는 덜 하다. 물론 일찍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서 5만 원이 채 안된다.
툴루즈 블라냑(Blagnac) 공항에서 로마 공항으로 간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언제 와도 새롭고 설렌다. 여행 준비를 할 때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잘 와 닿지 않다가, 한 손에 비행기 티켓이 끼워진 여권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매끈한 공항 바닥에 시원하게 캐리어를 끄는 순간 여행이 시작됨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여권과 캐리어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가지는 설렘과 만족감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차분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비행기가 창 측 좌석에 앉은 경우에는 항상 창 밖을 향해 멍하니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다. 비행기가 올라갈 때 창 밖 아래로 내려다보는 맛도 놓칠 수 없다.
출발할 때는 해가 떨어지지 않은 오후였었는데, 이탈리아에 도착할 때쯤은 이미 어둠이 노을을 끼고 해를 삼키고 있었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이탈리아의 야경은 네온사인의 화려 함이라기보다는 화산에서 곧 터질 것 같은 마그마를 보는 것처럼 어둠 속 사이사이 붉은빛들이 존재했다. 짧은 비행시간이었지만 그토록 그리웠던 지상에 도착하자마자 기내 안내 방송에서 영어와 함께 이탈리아어가 들렸다. 2013년 여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노숙했었던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피우미치노(Fiumicino) 공항. 로마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서울과 김포라고 비유하면 피우미치노 공항의 위치와 로마까지의 거리와 위치를 이해하기가 쉽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공항을 또 다른 이름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으로 부른다. 다른 큰 도시에서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의 이름을 공항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폴란드의 바르샤바 쇼팽 공항, 프랑스의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영국의 리버풀 존 레넌 공항 등이 있다. 비행기의 모태인 하늘을 나르는 기계를 맨 처음 스케치를 한 사람이 다 빈치이고 그의 이름을 빌려 공항의 이름을 지은 것을 감안하면 이탈리아인들의 존경심과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공항에 입국하면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첫 장면처럼 누군가 나를 마중 나오는 상상을 하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 공간을 서둘러 나오기 급급하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로마가 관광지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여행사에서 마중 나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 익스프레스 기차를 타고 로마의 메인 기차역 테르미니(Termini) 역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