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 2-2] 보르게세 미술관 (1/2)
로마에 있는 유적지와 미술관을 다 보려면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유럽 여행을 하면 어디든 마찬 가지겠지만, 로마에서 가장 힘든 선택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어디를 갈지 선택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하루하루 어디를 갈지 시간대별로 계획하기 보다는, 가고 싶은 곳들만 정하고 그 날 결정해서 돌아다니는 편이다. 계획에 움직이기보다 그날 기분과 상태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 억지로 일정을 소화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서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아서다.
이번 로마 여행에서 반드시 가고 싶었던 곳들 중 한 곳이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이다. 2013년도에는 유명한 유적지 찾아다니기 바빠서 미술관은 꿈도 못 꿨었지만, 이제 여유를 가지고 미술관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어 졌다. 로마에서 바티칸 박물관 다음으로 회화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며, 특히 카라바조와 베르니니의 유명한 작품들이 있는 곳이다.
어제 밤에 미리 보르게세 미술관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도중,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에 굉장히 당황했었다. 짧게는 몇 일, 길게는 몇 달 전부터 전화나 웹사이트를 이용해서 예약을 해야 한다는 글들을 보면서, 작품들만 공부하고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지 않은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야밤에 전화로 문의하거나 예약은 불가능하니 혹시나 해서 웹사이트에 들어갔었다. 하루에 입장 가능한 시간은 총 5번 (9시, 11시, 13시, 15시, 17시) 뿐이다. 다행히도 9시, 11시, 13시는 예매가 가능했다. 아침에 유심칩을 구매하고 미술관에 갈 것이기 때문에 11시 입장하는 것으로 예약했다. 아마 성수기였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겨울 이탈리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유심 구매 후 천천히 로마의 거리를 만끽하며 걷다가 10시에 도착했다. 테르미니 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보르게세 미술관을 마주한 첫인상은 서울 시립 미술관과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둘 다 정면에 길이 있지만 옆 방향에 입구가 있고, 정면에서 바라볼 때 보이는 외관도 굉장히 비슷하다. 다만, 큰 차이점이 있다면 외관에 있는 수많은 사람 얼굴의 조각상 들일 것이다. 이것들만 보고 있더라도 내부에 소장되어 있는 예술품들에 대한 기대와 상상력을 일깨운다.
정면에서 보이는 지하 구멍에 들어가서 예약한 표를 찾고, 11시에 바로 위에 있는 입구로 입장하면 된다. 입구에 검투사 분장을 한 사람들이 말을 걸면서 사진을 같이 찍고 돈을 받으려고 한다. 나에게도 "헬로 프렌드, 코리아? 강남스타일?"이렇게 말을 걸지만 무시한다.
여기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시간이 남아서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어떤 조깅하고 있는 남자가 건물 뒤로 들어가기에 따라 가봤다. 건물 앞에서 본 보르게세 공원은 사실 뒤에도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조각상들, 조깅하는 사람들, 벤치들이 있어서 관광객이 많은 로마에서 로마인들의 쉼터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