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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철단골 Oct 06. 2019

상견례_2

그런 그녀였기에, 데이트는 순조로웠다. 물론 여느 커플처럼 싸우기도 종종 싸웠다. 준호는 자기 생활이 중요했고, 지영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했다. 연애초기보다 퇴근후 자기에게 쏟는 정성과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너무 너무 서운했고, 준호는 그래도 지영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같다고 해명했다. 퇴근이 준호보다 일렀던 지영은 퇴근 후에 준호를 보러 오겠다고 했고, 준호는 그런 그녀를 말렸다.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면 낮 동안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또 가끔 운 좋게 일찍 끝나서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맥주 한잔을 하기도 했다. 그런 준호에게 지영은 자기에게만 시간을 안 쓴다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준호의 주변에 여자 사람 친구들은 하나 같이 쿨했다. 놀고 싶을 때만 같이 놀아도 전혀 부담이 없는 편안함이 좋았다. 지영과도 왜 이런 관계를 가질 수 없을까라는 아쉬움을 안고, 잠시 이별도 했었다. 헤어지고 나자 있을 때 잘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 왔다. 신기하게도 개안이라도 한듯, 여자 사람 친구들이 연애할 때 여자 친구로서 어떻게 남자를 구속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같이 밥을 먹을 때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그녀들이 얼마나 살벌한 여자친구를 목격했다. 그녀들도 결국 준호가 그냥 남자 사람 친구들이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어 쿨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여자 사람 친구들은 세상에 쿨한 여자는 없다고 조언했다. 남자가 구속 받지 않는 느낌의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건 여자가 속으로만 끝없이 인내하고 있거나, 여자가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반증일 뿐이라고 했다. 결국 몇 달 못 가 지영에게 연락해서 빌었고, 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다행히 지영도 그를 완전히 잊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바로 답하진 않았지만 며칠 뒤에 승낙했다. 헤어졌던 이유에 대한 기억은 말끔히 사라졌다.


지영과 다시 만나고 둘의 연애는 꿈만 같았고 꿀만 같았다. 보통 헤어지고 다시 만나도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된다던데 그 둘에게는 그런 말은 적용되는 것 같지 않았다. 어버이 날에는 편한 자리를 가장한 불편한 인사 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베레모를 쓴 아버지는 작은 가게를 한다고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 일을 도우시다 지금은 쉬고 계셨다. 아버지가 아직 경제 활동을 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동생은 안정적인 소방 공무원이었다. 다행히 출동이 잦은 지역은 아니라고 했다. 지영의 어머니는 지영이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고 잘 했는데, 집에서 많이 못 밀어준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과외 하나 안 하고 인 서울 대학에 들어간 것이 기특하다고 했다. 준호는 지영보다 학벌이 조금 더 좋았다. 준호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특별히 유복하진 않았지만 적당한 수준의 과외와 준호의 노력으로 다행히 서강대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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