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에 도착한 후 서둘러 구마모토성으로 향했다. 구마모토성은 오사카성, 히메지성(혹은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으로 꼽힌다고 한다.
성을 실제로 보니 거대함에 위압감 같은 게 느껴졌다. 일본 성이라하면 난 습관적으로 메인망루인 텐슈카쿠를 떠올리지만 텐슈카쿠는 성 안의 가장 큰 망루일 뿐이다. 경복궁으로치면 근정전 정도의 비중이라, 중요한 건물이긴 하지만 성 전체에 비하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구마모토성은 2개의 텐슈카쿠와 49개의 탑, 29개의 성문등으로 이루어진 넓이 76만㎡, 외곽 길이 9㎞의 건축물이다.
중앙의 큰 텐슈카쿠에 올랐다. 내부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는데 성을 만든 가토 기요마사와 그의 사후 성 영주로 봉해진 호소카와 가문 내력, 성이 불타게 된 세이난 전쟁에 대해 설명돼 있었다.
이 성의 축성과 몰락은 우리 역사와도 관련있다. 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임진왜란을 지휘한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 진주성을 침략할 때 얻은 축성 지식을 바탕으로 1607년 완공했다.
구마모토성이 불탄 것도 정한론(조선 정복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가 일으킨 세이난전쟁 때다. 사이고는 1873년 조선사절단 파견을 둘러싸고 정계에서 밀려난 후, 중앙집권화를 위해 봉건 영주 특권을 박탈하는 메이지정부에 맞서 1877년 구마모토성을 포위했다. 포위로부터 구마모토성을 지키던 다니 다테키 장군이 병사들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성에 스스로 불을 질렀다고 한다.
박물관으로 조성된 텐슈카쿠는 1959년 재건된 것이다. 시간 관계상 세이난전쟁 때 불타지 않아 원형이 보존된 텐슈카쿠인 우토야구라에 올라가지 못했다.
400년 역사만큼 알아볼게 많은 곳이었다. 이곳을 제대로 이해할 시간과 일본어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하며 구마모토성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