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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Feb 03. 2016

야참 기행 (군만두와 초밥과 바나나롤)

밤 열시를 넘어 역에 도착하니 배가 무척 고팠다. 구마모토에서 먹은 라멘 말고는 제대로 먹은 게 없었다.      

나가사키에 오니 간만에 와이파이도 됐다. 어제 만난 삼인방은 야경을 보러 간 모양이었다. 귤 누나는 야경 사진을 보내 왔다(#7. 나카무라와 3인방 참고).       


나가사키는 고베, 하코다테와 함께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힌단다.

“와 이건 봤어야 하는데.”

“진짜 엄청엄청.”     


숙소에서 돈을 찾아 돌아오니 12시가 다 됐지만, 무언가를 먹어야 했다. 처음 들어간 곳은 모토시쿠이마치의 4평 남짓한 가게였다. 손님용 의자도 두 개 밖에 없었다. 아사히 맥주와 뭔지 모르는 음식을 시켰더니, 구운 냉동만두가 나왔다. 배가 고팠지만 만두는 정말 맛이 없었다.     


30대 초반의 여주인은 중국인이었다. 일본에 온 지 5년이 됐지만 아직 일본어가 서툴다고 했다. 이 분은 나가사키에서 어떤 삶을 살아 온 걸까 생각하다가, 남의 인생을 멋대로 상상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기름에 절여있는 만두를 꾸역꾸역 삼켰다.      



제대로 배를 채운 건 대로변에 있는 초밥집 ‘쇼군스시’에서였다. 초밥 하나에 99엔부터라고 해서 하나씩 집어먹으니 2500엔이나 나왔다. 내 돈 주고 초밥을 사먹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150엔짜리 구운연어초밥은 맛있었다.      


숙소까진 걷기로 했다. 나카시마 강(中島川)을 따라 여러 석교(石橋)가 놓여 있었는데, 메가네바시(안경다리)도 눈에 띄었다. 1634년 모쿠스 뇨조라는 승려가 세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아치 다리란다. 아치가 두 개라 물에 비친 모습이 안경 같았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훼밀리마트에서 산 빵과 요거트를 뜯었다. ‘마루고토 바나나’라는 롤케익이 인상적이었다. 얇은 빵 안에 생크림과 바나나 반개가 들어있는데, 바나나와 생크림의 부드러운 식감과 단맛이 잘 어울렸다.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맛 보고 후회하는 게 안 먹고 후회하는 것 보다 낫다"

일본 애니매이션에서 언뜻 들은 말이 생각났다. 군만두, 초밥, 마루고토 바나나는 1승1무1패인 셈이다. 하지만 마루고토바나나 그1승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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