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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Feb 04. 2016

살짝 엿 본 일본의 가족 행사

내가 묵은 숙소 바로 앞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동네 산책하는 길에 묘지에 들어갔다. 일본에선 사람들이 사원에 단가(檀家), 즉 신도로 등록하고 죽어서 자기가 등록한 절에서 운영하는 묘지에 묻힌다고 한다. 화장(火葬)이 일반화돼 있고 조상 대대로 한 납골당에 고인을 모신다.


일본인들은 납골당을 동네 가까운 곳에 두고 평소에도 찾아간다는데, 과연 아침 일찍인데도 참배를 하러 온 노부부를 볼 수 있었다. 물을 양동이에 떠서 납골당에 뿌려주고 향과 초를 꽂고 합장하는게 참배 방식이라는데, 직접 그것까지 보진 못했다.


일본 묘지는 봉분이 없는 석탑묘인데, 바닥도 콘크리트로 처리돼 있어서 작은 도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인들은 죽어서도 하나의 마을을 이루며 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날 아침 찾은 스와신사에서는 결혼식을 볼 수 있었다. 신사 내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더니, 본당 왼편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행렬이 나타났다.



성직자로 보이는 남자 두 분이 앞장서고 신혼부부와 들러리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뒤따랐다. 신부는 시루무쿠라는 흰 기모노를, 신랑은 검은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일본의 신사 결혼식은 친족들만 참석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참석인원은 스무명 남짓이었다.


참고로 스와신사는 막부 정부가 1648년 기독교가 퍼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츠노모리란 곳에 있던 신사를 현재 장소로 옮긴 것이다. 스와신사는 277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있는데 맨 앞에 있는 거대한 석조 도리이가 인상적이다.      



스와신사 아래 나가사키 공원에서는 유치원 운동회가 열리고 있었다. 노랑 모자와 흰 티, 남색 바지를 입은 어린이들이 반별로 둘러서서 선생님을 따라 율동을 했다. 아이들이 귀여워 동영상까지 찍었다. 나중에 김귤 누나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이제 결혼해야겠네ㅋㅋ”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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