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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Mar 15. 2017

폼페이에서는 누구나 인디아나 존스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나폴리현 폼페이

 오후 2시경 폼페이 유적지에 도착했다. 입장료 11유로를 내고 한 무리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앞질렀다. 유적지에 도착하니 반원형 경기장과 유적들이 보였다.

 

 막 맛들린 셀카봉 때문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수많은 셀카봉 촬영을 계속하면서 빛을 ‘연구’한 끝에 익힌 점은 얼굴이 잘 나오는 각도에선 배경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 얕궂다.

폼페이 사진 중 그나마 인물과 배경이 조화롭게 나온 셀카

추리1. 왜 고대로마인은 회랑에서 모임을 했나? 

폼페이 유적을 돌면서 고고학자 마냥 몇가지를 추리 해 다.


 먼저, 왜 고대 로마인들이 건물과 기둥들 사이의 회랑(포럼)에서 모임을 가졌는지 상상해봤다. 거의 완벽하게 복원된 몇몇 주택을 들어가보니 대낮인데도 실내는 매우 어두웠다. 창문이 매우 작기 때문. 유리가 매우 귀했던 당시는 유리창이 거의 없었고,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창을 작게 냈을 것이다.


 실내는 어두웠고, 햇볕이 잘 드는 회랑에서 집회나 모임을 가졌을 것이다. 오늘날 회의를 영어로 forum이라고 부르는 것도 로마의 회랑(forum)에서 기인한 것으로 다.

폼페이의 한 주택 내부. 하늘이 뚫긴 공간이 없는 일반 방은 매우 어둡다.

 귀족들의 중정(中庭)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싶다. 권력자들은 여러 사람을 불러 모임을 가져야 하는데, 회랑을 갖춘 중정에서 이런 모임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추리2. 로마는 유럽도시계획의 원형?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점은 이곳의 건물들이 오늘날 유럽의 도시처럼 건물 간 공간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건물들은 보통 건물들이 서로 떨어져 있어 그 사이로 좁은 골목이 생기는데, 많은 유럽 도시들은 건물들이 서로 붙어있다.


 이런곳에선 대로(大路)만 있을 뿐, 좁은 골목은 거의 볼 수 없다. 이 같은 도시 양식이 고대로마 때 이미 시작된 게 아닐까. 르네상스 시대 때 도시계획도 고대 로마를 본 딴 것일까 싶었다.


  추측들일 뿐이지만, 인디아나 존스가 된 마냥 유적 앞에서 이런 저런 추리를 해 본다는 것만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폼페이의 주택가. 이웃한 건물들이 서로 붙어있다.

폼페이 락 스피릿

 마지막으로 들른 원형경기장도 기억에 남는다. 콜로세움의 축소판 같이 생긴 폼페이 원형경기장에 가까워지자 락 음악이 들려왔다. 실내에 들어가보니 락밴드 사진과 영상들이 전시돼 있었다.

 밴드 핑크플로이드(Pink Floyd)가 1972년 이곳에서 무관중 라이브 공연 <라이브 앳 폼페이>를 했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이게 락 팬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통한다고 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라이브 앳 폼페이>의 한 장면

 이 경기장 어디에선간 시끄럽게 터져나오는 락 음악에 맞춰 검투사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핑크 플로이드의 기여로 이곳 폼페이 경기장은 따분한 박물관이 아닌 락 스피릿이 서린 공간으로 부활했다.    


 감상에 빠져 있다가 시간을 보니 폐관시간인 오후 5시가 가까워 왔다. 짐을 찾으러 고대 유적을 가로질러 10여분을 달렸다. 마지막 손님인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여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짐을 찾았다.

폼페이 유적와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폼페이 스카비역

 오후 5시 해가 뉘엿뉘엿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폼페이 유적에서 2분거리의 이층짜리 폼페이스카비역에서 나폴리행 전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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