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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May 30. 2024

생의 계단

시 읽어 주는 동동이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 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 헤르만 헤세 -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 채식주의자 내용 中, 한강 -


언더토우 한잔을 마시며 오전 내내 책을 읽었다. 달달한 커피 넘긴 뒤, 물 한모금을 삼킨다. 약속 없는 주말이면 습관적으로 독서와 커피로 시간을 보낸다. 1시간이 넘는 거리는 이동하여 이곳으로 온다는 건 이해못할 일이다. 수십개, 수백개의 카페를 지나 왜? 큼지막한 창이 주위를 둘러싸고, 적당히 없는 손님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단골집이 있다. 카페는 여기, 떡볶이는 달고 매운 시내 어는 집, 가정식 백반은 후미진 골목 안 가게.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에만 있는 건 아닌 듯 하다. 


책을 읽다 보면, 시간이 참 잘간다. 골똘하게 하는 책은 더 그렇다. 학생 시절 독서는 의무감에 하였다. 지식을 습득하고, 감상문을 적고, 어려운 책을 읽어야 될 것 같았다. 이젠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간다. 주말 드라마를 보듯 자연스럽게 말이다. 글을 쓰는 것은 부담감이 아직 크다. 특히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쓸 땐..  가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무엇을 남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데, "난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건 아닐까"란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생각을 하지 않는 내 삶에서 유일하게 내 사고가 작동하는 일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일을 하다보면 아무 생각도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하는 일이 내 적성에 맞는 일 이지만, 내가 하는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별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 아니 그보다는 재미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과 고민과 걱정을 섞어 만든다면 덜 하겠지만, 얼렁뚱딴 무슨 기계로 찍어 내는 기성품 처럼 만들어 내기 급급한 조악한 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바뀌고 열심히 일을 한다는 건 그것도 그것대로 이상하다고 생각이든다. 일을 그만 두자니, 이런 저런 일로 걱정이 들기도 한다. 달달이 나가는 보험료, 월세, 생활비며, 그만 둔다고 해도 다음 일자리는 얼마 만큼 좋은 자리이며, 적당한 여유가 있을 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 6개월의 휴식기간이 있었다. 쉬기만 한 일정은 아니었다. 청소년들과 카메라를 들고 촬영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적당한 돈벌이도 되었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그 누구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하지만 외로웠다. 하루 종일 사람 한명 만나지 않고 그런 일상이 주가 되고 한달이 되는 건 참기 어려운 고독이었다.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아 보였다. 제주도로, 전국으로,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해외를 나가진 않았다. 돈도 많이 들고 그만큼 나가고 싶다는 열정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사를 하면 다들 여행을 떠난다. 왜 떠나는 지는 알듯하다.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여행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리라. 나도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런데 가고 싶은 곳이 없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여행을 떠날 각오가 있는 자만이 자신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울림이 있는 말이다. 나에게는 각오가 잡히지 않았다. 매일 2시간 씩 글을 쓰겠다는 생각도, 강연을 준비해서 하겠다는 말도, 다 공허한 생각뿐이다. 노력과 집념이 뒤따라오지 않는 다면 그 무엇도 허망된 말 뿐이다. 준비를 해야한다. 퇴사는 언젠가 할 일이다. 그 후 나는 끈임없이 글을 써야되고, 공부해야 하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도 하나의 일 처럼 느껴지는 것이 슬퍼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기쁨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쓴다는 건. 중심을 잡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 중심을 주변으로 환경, 성질, 등등등... 을 써내려 가야 되는 것일것이다. 


올 한해 소설을 하나 쓰고 싶다. 대단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1퍼센트라도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조금 혼난 스러움도 주고 싶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글의 힘이 없는 내가 힘을 기르는 방법은 매일 글을 쓰는 것일 것이다. 근대 그게 마음처럼 싶게 되는 일은 아닌 거 같다. 작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글과 싸워 이길 수 있을려면 엉덩이 힘과 끈기가 필요한 것인데.. 살면서 그런 힘을 잘 나타내 보이지 못했다. 그래도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지 않을까? 일을 하든 안하든,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싶다. 글 쓰기에 나오는 법칙과 문법들이 어린아이 수준이라도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글을 못쓰는 증거라는 데 나는 쓰고 싶다. 나는 나는 나는... 이렇게 나 중심적 사고만 하지만 언젠간 너는 우리는 당신은 그녀는 그는 이라고 다양한 인칭 명사를 쓰고 싶고, 좋았다. 기뻤다. 슬펐다. 이런 큰 감정이 아닌 그녀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의 발걸음 무거웠다 처럼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을 쏟아 내고 싶다. 그래서 책을 내고 싶다. 이미 한권의 책을 냈다는 자기 안도가 아닌 자신있게 이런 책이다 라고 소개 할 수 있는 한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 훗날 무엇을 이룬다면 감사하겠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할지라도 그 인생에 감사하며, 자잘한 행복에 내가 살아가길 ... 바라고 빌고. 믿고 싶다. 그냥 쓰는 글이라서 잘 써진다. 이렇게 백페이지를 써라고 하면 과연 쓸수있을 까? 내 생의 적으라고 해도 100장을 쓴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이글도 편집하고 수정하고, 퇴고 하면 글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참 궁금한 일이다. 지금 나가서 서점에 들려 책 한권을 구입해야 겠다. 무슨 책이든 하나사서 집 근처 카페로 옮겨 인터넷도 하고, 구입할 물품도 사야겠다. 그리고 올 저녁은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은 아무 약속도 없지만 말이다. 이상 글이 써지지 않아 막 써본 사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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