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랑이다.
1. 어느 집에 사세요? 대한민국에서는 내가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계급이 나누어진다.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몇 평인가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계급에 들어가기 위해 대출을 받고, 미래를 꿈꾼다. 생각해 보면 나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만큼 절실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고민해 본다. 주변 친구들은 어느 정도 대출을 받아 청약을 통해서든, 구입을 해서든 집을 구했다. 나는 아직 결혼 후 전세로 살고 있다.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마음의 쉼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이 내가 원하는 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주변 분 중 젊은 나이에 조금은 저렴한(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을 구입하고 1층은 서재로, 2층은 주거지로 꾸민 분이 계셨다. 입구부터 수전 하나까지 고민하고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은 품을 들여 만드시고 전문영역은 업체와 계속적인 상담과 수정을 하면서 맡기셨다. 그분의 집은 양산품과는 다른 나만의 ‘집’이었다. 굳이 그 분만이 아니라 세상에는 개별화된 ‘집’들이 많다. 그분들은 입구부터 주변 환경까지 고민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집에 투영시켜 만드셨다. 그래서 뭔가 특별해 보였다.
3. 아파트도 실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미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외관은 바꿀 수 없다. 아파트는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다 같다. 하지만 개인 주택은 조금 다르다. 개인집은 스토리가 있다. 저 문이 왜 바뀌었고, 저 담벼락은 왜 저렇게 만들어졌는지 그 집만의 히스토리가 있다.
4.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은 우리 집이 아니었다. 10평도 안되고, 월세를 내야 했고, 문을 열면 또 다른 가정이 생활하는 다세대 주택이었다. 집은 낡았고, 쥐도 나왔고, 어떨 땐 뱀도 나왔다. 그러나 나에겐 그 집이 나의 첫 ’집‘이다. 그 집은 작은 텃밭이 있어서 호박도 심고 꽃도 심을 수 있었다. 작은 마당에서 하늘을 쳐다볼 수 있었고, 나무처마는 비가 올 때 자장가처럼 달콤한 나의 휴식처였다.
5.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이런 어릴 적 집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책이다. 건축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집에 대한,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소설에서 4월 15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많은 이야기를 한다. 4월 15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그냥 만들어진 것은 없다. 빨대 하나도 용도에 따라 쓰임에 따라 만들어지는 데 하물며 집은 어떻겠는 가.
6. 앞서 말했지만, 나는 두 아이의 아빠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나가고 싶은 ‘집’이 있다. 우리만의 기억이 새겨 놓을 수 있는 책.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그 집에서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고 싶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씩 채워가면 될 것이고, 혹은 부족하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 완벽한 곳에 부족한 내가 들어간다면 결국 그 공간은 나의 부족함만 느끼는 공간이 될 것이다. 부족한 내가 부족한 집에서 하나씩 채워가며 그 채움이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