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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Nov 01. 2021

10월의 문의 : 제자리달리기


10월을 정리하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왔다. 해야할 일을 정리하다보면, 정리하기 전에는 차근차근하려던 마음이 갑자기 바쁘게 바뀐다. 끝까지 몰아부치지 않으면 달릴 수 없는 사람이라, 불안하게 잠들고 불안한 아침을 시작한다. 하루가 무사하길 바라는 건, 어제의 내가 잔뜩 키워놓은 기만을 수습하는 일이다.


Photo by Fabian Kozdon on Unsplash



잘 지내고 있는지?


표먼적으로는 잘지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지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이유는 딱히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나는 또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그건 모두 '일' 때문인데, 일이 많기 때문이고 또 일이 많기 떄문이다. 



일이 많다는 건?


'일'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부터 시작된다. 노는 것도, 집안을 살피는 것도, 개인적인 것들도 모두 일이라고 부를 수 있다. 대체 일이란 뭘까.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요샌 어떠냐고 묻는다. 그리고 대부분 바빠? 라고 물어본다. 보통 나는 바쁜 편인 것 같다고 대답하는데, 그러면 잘 됐네 라고 말한다. 그건 어떤 걸까. 사람들은 바쁘지 않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왜 바빠야하는 걸까. 바쁜 것과 비교했을 때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 나 자신을 지키면서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도 사실 할 말이 많다보니, 제대로 전달해야하는 이야기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잘 모르겠다. 내가 시달리고 싶지 않은 것과 시달리더라도 제대로 임하고 싶은 것을 잘 구분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무슨 일들이 있었나?


계속 하고 있는 일들이다. 우리동네 돌봄히어로의 마케팅, 어라운디의 업무를 하는 것과 더불어 인크커피의 마케팅과 모베러웍스와의 협업,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일들이 있고 또 개인적으로 하는 일들이 더러 있다. 나는 사실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게으른 시간을 통해서 부지런이 필요할 때의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집중에서 터뜨리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벼락치기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지금까지 꽤 요령있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겨우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괜찮은가?


이 질문에 괜찮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조건을 좀 정해보면 더 선명하게 대답할 수 있다. 나는 '현재는' 괜찮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까? 라고 말한다면 정말 확신이 없다. 그건 직장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그 때는 '지금은 괜찮지 않지만, 여튼 앞으로 별 일은 없을 거야' 라는 생각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지금은 괜찮은데, 나중에는 모르겠네' 라고 말할 수 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그에 비해 현재의 만족도가 높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마저 조금 기만적이기도 한 것 같지만.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금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는데, 어제 늦은 밤에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듯이 올해만 버티고 내년엔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도 마찬가지다. 사실 뭔가 테스트했다거나 시도를 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이 깊이 있는 케이스를 만들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된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자꾸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좀 더 나의 호흡을 가져가야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하루에 한두시간이라도 꾸준히 해야할 것들을 나눠서 한다거나, 새로운 패턴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환경, 또는 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험이 작고 디테일하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를 하고 독립을 하면서,

1. 고르지 않고 받아들이기

2. 잘하는 것을 골라보기

의 단계를 지났고 이제는,

3. 의도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시기가 찾아온 게 아닐까.



일단 날씨가 추워서 다행이라는 생각, 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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