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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Jan 02. 2022

12월의 문의 : 목표는 오래 달리기



한 달에 한번씩 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다보면 어느 순간, 정말 의미있는 기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사실 조금식 한 달을 돌아보고 되새기는 기능 이외에 것은 사실 거의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좋겠다고 느낀다. '느낀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말로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했던 선택이나 일의 방식들도 많은 것들이 그렇다. 옳다고 '느끼는' 것들에 좀 더 몸을 기울이고 있다.


Photo by lucas Favre on Unsplash


12월은 어땠나?

12월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 중에 하나이다. 좋아하는 달이 보통 12, 1, 2, 3인데 그 시작이고 크리스마스도 좋고 연말도 좋고 다 좋다. 좋아하는 달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크리스마스로 시작해서 생일로 끝나는 그 시기, 그 시기를 제일 좋아하고 이 시기에 보통 삶에서 다양한 선택과 결정들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도 많이 갔었다. 여행을 못가게 된 덕분에 삶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에도 활발하게 이동하는 한 달을 보냈다. 많은 것이 달라진 채로 있지는 않았지만, 달라지기 위한 다양한 기반들을 마련하는 한 달이 됐다.


일이 많았나?

기존에 하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앞으로 새로운 일들을 하게 될 것 같다. 새로운 일이라고 하면 좀 복잡한 상황들이 있어서 세세하게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인터뷰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하나 순서를 짜는 것이 너무 귀찮) 내가 인터뷰를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인간이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바빴다는 건가?

당연히 바빴다. 하지만 앞으로 더 바쁠 것 같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좋으면서도 이상하게 붕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이런 것을 하는 것이 되게 모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돈은 계속 들어왔다. 일을 했고, 돈을 받았다. 뭔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장의 논리 안에서 나도 역할을 했고, 그게 돈이 되는 기능을 했으며 적절하게 비용을 받으면서 굴러갔다. 심지어 더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감이 들었고, 또 자기효능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럴 수록 이상하게 한 켠에서 허무함과 공허함도 커져만 갔다.


힘들었던 건가?

힘들진 않았다. 그저 조금 혼란스러웠다. 내 일을 못했거나 싫어했던 것도 아니다. 재밌었고 좋았다. 그저 내가 제대로 걷고 있는 것인지, 내가 큰 그림을 보면서, 커다란 계획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약간 몸을 기울인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다음 발을 내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근데 그걸 꽤 잘해내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그래서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허리에 힘을 주고 멈춰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건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1년이 다 지났다.

한 해가 참 길었다. 2021년은 정말 긴 한해였다. 나에겐 이동이 많았던 시간이었으니까. 집, 회사, 일, 사람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 의지이기도 했고, 어떤 건 내 의지가 아니기도 했다. 매 순간 위태로웠지만 그래도 견뎠고 버텼고, 또 잘 해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 덕분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서 나는 많은 것을 해내고 지금까지 일어설 수 있었다. 그것만큼은 진심으로 깊게 느끼고 있다. 나는 되게 혼자인 걸 좋아하고, 또 혼자의 시간 안에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결국은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의 그물코 중에 하나였을 뿐이라는 것을 늘 깨닫게 된다. 이번에도 그랬다. 혼자이기 위해 출발했지만, 결국 나는 모두를 통해서, 또 모두의 덕분에 혼자일 수 있었다. 혼자이면서 모두였고, 모두이면서 혼자였다. 그걸 잘 알고 또 잘 경험한 한해였던 것 같다.


어떤 감정인가.

감사한 마음이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돌이켜생각해보면 긍정적인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 끝내버린 것들에 대해서 굳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는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렇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너진 적 없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나는, 조금 더 실체가 있는 일을 통해서 구체적인 나의 길을 가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려고 한다. 내가 뭘 했는지, 앞으로 좀 더 드러나는 일을 해볼 생각이다. 


근데 뭔가...

나는 왜 이렇게 구체적인 이야기를 못하는 걸까? 모호한 말 밖에 못하는 문제라도 있는 건지, 정말 누군가 그냥 시원하게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아, 뭔가 안물안궁을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참 문제다.


여튼, 어찌저찌 2021년이 지나 2022년이 됐다. 2022년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색하지만, 이 시간도 금방 지나갈 게 뻔하다. 1,2월은 벌써부터 마음과 몸이 바쁜 시기다. 잘 견디고,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나에겐 새로운 시기가 펼쳐질 것이다. 그 순간을 모두와 함께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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