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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Apr 06. 2022

2022년 1분기의 문의 : 퇴사 1년

벌써 1년이라니?


월간 문의는, 나름 퇴사 후 이어왔던 일상을 적어온 글이었다. 광고를 하고, 마케팅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그리고 퇴사 후 독립한 프리랜서로서, 혹은 자영업자로서 겪는 일들을 적고 싶었다. 하지만 벌써 3개월 동안 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사실 중간쯤 지났을 때는, 차라리 그냥 분기별로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벌써 일주일을 지각하고 말았다. 나는 어떻게 지냈던 걸까. 왜 월간 이야기를 적지 못했을까. 아무리 말해봤자 변명 이상의 의미를 지니진 못하겠지만, 나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Photo by Possessed Photography on Unsplash



퇴사 후 1년이 되었다.

2021년 3월 31일까지 전 회사를 다녔고 4월 1일 자로 사업자 등록증을 냈다. 그러니 이제 1년이 된 셈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독립을 했고, 이사도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3일 다니던 회사를 퇴직도 했고, 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제 새로운 직장에 자리도 잡았다. 퇴사 후 1년, 나는 다시 회사원으로서의 직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의 1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1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은 점점 반복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시간의 속도를 빠르게 느낀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겪지 못했던 일들을, 매 순간 겪는 1년을 보냈다.


퇴사, 괜찮은 선택이었나?

나는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내 경험에 빗대어 봤을 때, 그리고 나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좋은 선택이었다. 좋다고 말하는 건 조금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적합한 선택, 혹은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당시 회사의 네임벨류와 복지, 동료들에겐 만족하고 있었지만, 나 자신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서는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다. 불안과 걱정이 해소된 건 아니었지만, 퇴사 후 오히려 그 불안과 걱정을 내가 컨트롤하고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모든 것이 나와 얽혀있었고, 힘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해결되었다. 물론 규모도 작아지고, 역할도 모호했지만 그래도 그걸 통해서 이룬 것들이 결국은 나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다.


금전적으로도 괜찮았나?

괜찮았다. 이것도 나의 개인적인 기준이다. 일확천금을 벌 정도는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목돈을 번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고작 1년이다. 1년으로 삶이 변화하려면, 나 정도의 깜냥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풍족하고 자유로웠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은 곳으로 이사할 수 있었고, 여러가지로 금전적인 걱정을 덜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고, 스스로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예 내 일을 더 확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연말 쯤에 완벽한 독립과 사업의 확장을 하는 것도 생각했었다. 


왜 사업을 더 키우지 않았나?

퇴사를 하려고 했던 이유와 맞닿아 있다. 내가 '일'을 통해서 좇으려고 한 것은, 금전적인 이유가 1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작 1년의 경험이지만, 그걸 통해 나를 찾는 사람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실체가 있음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기회를 더 품을 것인가에 대한 기로에 놓였다. 기회를 품는다는 것은, 일의 규모를 늘리고 매출을 확장하기 위해서 온힘을 다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었다. 돈은 더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더는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왜 퇴사했을까?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나의 좁은 식견으로 상상할 수 있는 미래 속에 내 모습이,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하게 된건가?

절묘하게 좋은 제안을 받았다. 예전부터 늘 흠모하고 팬처럼 보고 있던 회사가 있었다.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쉬버스터즈' 라는 스타트업이었다. 예전부터, 브랜딩과 마케팅을 너무 잘하고, 이 곳이 잘되어야 세상이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늘 응원하는 곳이었다. 쇼케이스도 가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있으면 얼굴을 내비치면서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마케팅쪽 직무로 제안을 주신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관계가 있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현실적으로는 여러가지 고민이 들고, 당장 앞두고 있는 일들도 있었고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파트너 관계가 있었지만, 듣고나서 하루가 지나자 확신이 들었다. 아, 이미 마음은 기울었구나. 그래서 합류하게 됐다.


언제부터 합류했나?

사실 올해 첫날부터 출근했다. 사무실이 집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어서, 다른 일과 병행하면서 약 3개월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부터 브랜드마케팅팀의 일원으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협력 마케팅을 관리하고 기획하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프로세스를 잡기도 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일도 준비 중이다. 스타트업의 조직과 프로세스, 속도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또 고민하면서 함께 나아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즐겁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혹자는 허니문 기간이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동의한다. 하지만 허니문을 즐기라고 있는 거니까.) 


그럼 이제 퇴사 후 기록은 끝난 것인가?

고민 중이다. 퇴사 후, 다시 새로운 입사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지 고민이 된다. 내가 이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한 고민도 그 안에 포함되어있다. 누군가 이 글을 궁금해 할지, 읽고 있을지도 모르는 와중에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 나 자신에게 작게라도 어떤 도움이 될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할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글은 계속 쓰고 있다. 그리고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나의 시간이 가지는 힘은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런 바쁨은 오랜만이다. 모두가 바쁘고, 모두가 헤매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이, 결국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 그 끈끈함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걱정도 되고, 또 기대도 된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아마도 트래쉬버스터즈 브랜드마케팅팀의 책임PD로서, 스타트업 마케터로서 이야기를 이어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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