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대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GGWP PLAY LEAGUE(GPL)
제가 GGWP에서 맡은 역할은 회사에서 개최하고 있는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GPL(GGWP PLAY LEAGUE)'의 총괄입니다. e스포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한참 부족해서 제 자신을 대회 팀장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참 부끄럽네요. 여전히 배울 것은 넘치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보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니까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 2월 말에 입사하여 지금은 세 번째 리그의 결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회는 준비부터 결산까지 약 한 달하고도 보름 정도가 걸립니다. 아마추어 대회이고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생각보다 챙겨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주요 업무는 대회 운영의 총괄과 대회 방송 송출, 그리고 대회 옵저버도 맡고 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의 운명처럼 그 이외의 다양한 일들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일상다반사죠.
첫 대회 때는 방송사고라도 터지지 않을까 무척 걱정했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예민보스가 되어 신경을 있는 대로 기울여도 터져나갈 곳은 터지더군요. 당연히 저의 멘탈도 함께 터져나갑니다. 게임 도중 서버에서 튕기거나 컴퓨터가 멈춰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지금은 송출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더 대회 방송이나 운영면에서 더 나은 대회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처음부터 저의 역할을 알고 입사했지만 모든 것을 배우면서 만들어나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첫 대회를 준비하면서 시간을 많이 쏟았던 부분은 대회 운영의 전반적인 과정과 규칙을 정리하고 문서화하는 작업이었죠. 공식 대회의 규정집을 참고하여 저희 대회에 맞는 규정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추어 대회이지만 공식적인 대회처럼 어느 정도 무게감을 가지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아마추어 대회더라도 너무 가볍게 취급되어 대회 퀄리티까지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달까요. 지금도 규정이나 대회팀에서 내보내는 다양한 메시지가 신뢰감을 받을 수 있도록 친근하지만 점잖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 시즌을 운영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규정집과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 놓더라도 결국 '규정집에 정의되지 않은 사안은 운영진의 판단에 따른다'는 규정이 제일 많이 쓰이더군요. 당장 이번 시즌 결선 day 2는 두 번째 라운드가 진행되던 도중에 서버가 끊겨버려 재경기까지 치러야 했습니다. 늘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특히 시즌이 반복되면서 결정사항들이 쌓여가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보니 나중에 상충된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바쁜 와중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처리결과를 정확하게 문서로 기록하는 일이 중요함을 느끼죠.
대회에는 매 시즌 80~100팀 정도가 참가 신청을 합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은 4인이 1개 조(스쿼드)를 이루어 진행되기 때문에 약 400명 정도가 참여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그중에서 2~30%는 참가 신청서를 미흡하게 제출하거나 참가양식을 제출하지 않아 제외됩니다. 처음에는 되도록 많은 분들을 도와드리고 참여하실 수 있도록 개별적인 연락을 드렸지만 팀이 많아지면서 업무가 과중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회 참가를 다소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는 편입니다. 참가자를 제외하게 되는 것은 저희도 몹시 아쉬운 일입니다만 프로지망생으로서 대회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양식을 올바르게 제출하는 일도 분명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더 큰 기회를 놓치기보다 지금 작은 대회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저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참가시에 더 신경 써서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GPL은 만 15세 이상 ~ 만 18세 미만의 선수에게는 부모님 동의서를 별도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공식 대회의 참여자격 기준은 만 18세 이상이지만 국내 카카오게임즈의 틴버전 배틀그라운드가 만 15세 이상 이용가임을 감안하고, 또한 상당수의 프로지망생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연령이 어린 편임을 고려한 부분이었습니다. 한편 부모님 동의서를 통해 선수들이 참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대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만 15세 미만의 선수들도 가끔 참여를 간절하게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성인으로서, 기업으로서 법적 기준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전부 거절하고 있습니다. 부디 저희가 대회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저희는 매 대회마다 설문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매번 대회를 열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참 보람을 느낍니다. 대회를 확장하고 더 자주 개최하고 싶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저희로서는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네요. 그래도 계속 꾸준히 참여해주시고 저희 대회를 거쳐 더 좋은 팀이 성장하고 그들이 1부, 2부에 진출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아마추어 시장의 중요함을 또 느낍니다.
설문조사 이야기를 더 하자면, GPL에 참여하는 많은 선수분들이 보통 자택에서 대회에 참여하시고 상당수는 권장사양보다 높거나 그것에 준하는 게임 환경을 구축하고 계십니다. PC방에서 참여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참가자의 70%는 프로를 지망하지만 절반 정도만이 3개월 이상 활동하는 소속 팀이 있답니다. 팀이 자주 깨지거나 흩어지는 아마추어 씬의 특징이기도 하죠.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은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성장을 위한 피드백이 매우 간절합니다. 무엇보다 기회에 대한 목마름이 큽니다. 아마추어 수준에서의 대회가 많아져야 실력을 정확하게 평가받고 프로가 되는 스텝을 밟게 됩니다.
프로 시장이 커져야 아마추어 시장도 커지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장이 안정되어야만 출중한 실력과 끼를 가진 어린 선수들이 꿈을 이어나갈 수 있고 이들이 계속 발굴되어 프로가 될 수 있을 때 프로리그의 인기도 높아지리라 봅니다. e스포츠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에 가깝습니다. 적극적인 투자로 숨겨진 인재들이 시장에 흘러들도록 만들 필요가 있죠. 완성된 시장과 선수들만 찾느라 아마추어 시장과 선수 육성을 놓치고 있다면 결국 시장논리에 따라 중국과 미국에 집어삼켜질 뿐입니다.
아직 GGWP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사업성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회사 본연의 비전인 아마추어 이스포츠 시장을 혁신하고 한국을 다시 이스포츠의 메카로 만드는 일까지 말입니다. 아직 부족하기만 한 실력이라 늘 조바심이 납니다. 과연 저희는 잘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요. 많은 분들의 조언과 생각을 들으며 저희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지요. :)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