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a Fitzgerald – Isn’t It Romantic?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다. 만남 자체가 역사적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진행하고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는 협의가 나와 더 놀라웠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시작되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
특히 남북 정상이 푸른 색으로 칠해진 도보다리를 산책하는 장면은 이날 만남의 정점이었다. 긴장 관계에 있던 남과 북의 두 정상은 배석자도 없이 함께 길을 걷고 벤치에 앉아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 주위로 새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공개된 공간이 밀담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은밀한 이야기가 정겨울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낭만을 느꼈다. 비록 남자끼리의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 모습에는 남녀의 만남 이상의 달달함이 있었다. 이런 것이 브로맨스일까? 물론 이후 남북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평화로운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조금 뜬금 없을 수도 있겠지만 새소리 들리는 그 공간에 “Isn’t It Romantic?”이 흐른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1932년 작곡가 리차드 로저스, 작사가 로렌즈 하트 콤비가 만든 이 곡은 수 없이 노래되고 연주되었다. 그 중에 엘라 핏제랄드가 1956년에 부른 노래가 4월 27일의 판문점에 제일 어울리지 않나 싶다. 엘라 핏제랄드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그렇지만 나풀거리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절로 낭만적인 봄, 꽃잎이 날리는 날 정겨운 만남을 갖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PS. 지난 주의 일을 왜 이제야 꺼낼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르겠다.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YTN 라디오의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시사 사건을 두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했다. 장르와 상관 없이 대략 3곡 정도를 소개하는데 오늘 이 곡을 소개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