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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Oct 22. 2021

내가 보려고 정리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 명대사 10

무대를 부시는 '언니들'을 보며 배운 것

평소 "케이팝으로 일을 배운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의미부여중독자’라 좋아하는 콘텐츠 여기저기서 일과 인생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오죽하면 매니저와의 1:1 미팅에서 문명특급 백현 편 이야기를 (잔뜩 흥분하며) 한 적도 있어요.


"SM은 아티스트에게 노래랑 안무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큰 그림부터 생각하게 한대요! 우리 팀도 이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런 저에게 요즘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입니다. 케이팝은 아니지만, 제가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유와 공통점이 굉장히 많은 여성 댄서들의 서바이벌 K-예능이죠.


치열한 배틀을 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주어지는 미션에 자신들만의 해석을 덧붙여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습, 크루마다 각기 다른 리더십과 팀워크를 보면 그 어떤 책보다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며칠 전 생방송 파이널 전 마지막 관문, 세미 파이널에서 두 팀이 탈락했는데요. (프라우드먼, YGX 보낼 수 없어... T_T)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 날은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명대사들이 속출하더라고요. 갑자기 삘 받아서 무조건 이 감동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영영 끝나버리기 전에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순서와 넘버링은 순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순위 싸움,,, 여기서라도 구만훼,,,)


그럼 시작해 볼까요. 렛츠 기릿.






1.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허니제이, '프라우드먼' 모니카와의 배틀에서)



스우파를 안 보시는 분들도 밈처럼 쓰이는 이 명대사만큼은 아실 거예요. 스우파의 가장 맏언니인 모니카 님과 허니제이 님이 배틀을 앞두고 있을 때, 허니제이 님이 던진 선전포고 같은 말이었는데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단번에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실력 있고 멋진 댄서 '언니들' 있었는데, 우리가 그동안 ' 보지 못했구나'. 그동안 저는 대체 뭘 하고 살았길래 모니카와 허니제이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것인지, 깊은 반성의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어떤 통쾌함이 느껴졌어요.


결국 허니제이 님은 이 배틀에서 졌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장면만큼은 한국 예능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 같거든요.



2. "팀 했을 때는 이렇게 서본 적이 없었어요. 항상 같은 퍼포먼스를 하고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춤을 췄지, 마주 보고 춰본 적이 없거든요."

(허니제이, '코카N버터' 리헤이와의 약자 지목 배틀에서.)


https://youtu.be/gQWS1TrrEY0


과거 같은 크루였지만 모종의 이유로 갈라진 허니제이 님과 리헤이 님이 약자 지목 1:1 배틀을 하게 됩니다. 사실 이 배틀은 이미 춤만으로도 레전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허니제이 님이 이 발언을 하는 바람에, 레전드 오브 레전드가 되어버렸어요.


한 번도 이렇게 마주 보고 춤을 춰본 적이 없다니. 분명히 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그게 자동으로  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번역되어 들렸던  저뿐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저 역시 동료들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만, 그저 달려가느라 서로를 살피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호랑이 같이 무섭던 코카N버터 멤버들은 물론, 그들의 서사와 아무 상관없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무장해제시키고 말았습니다. 오랜 시간 복잡한 감정을 쌓아 온 두 사람의 관계성이 단번에 드러나면서, 허니제이라는 사람이 태평양처럼 넓은 '그릇'을 가졌음을 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어요.



3. "근데 저희 윤경이, 제가 본 것 중에 제일 섹시했습니다."

(아이키, '훅' 선윤경 님이 워스트 댄서로 지목당했을 때)



제가 만약 선윤경 님이었다면 이 날 설레고 행복해서 한숨도 못 잤을 거예요. 많은 분들이 이 영상을 보고 "이렇게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리더랑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죠.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건 조금 다른 포인트였어요. 사실 이때 약자 지목 배틀이라, 분위기가 상당히 무거웠거든요. 그런데 아이키 님은 이 한 마디로 유쾌하게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아이키 님이 가진 가장  힘은 바로 이런 부분 같아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특유의 경쾌한 에너지로 분위기의 주도권을 가져올  아는 . 코카N버터와의 배틀을 앞두고 "연신내에 계시잖아요?"라며 능청스러운 질문을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제가 가장 배우고 싶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에요.



4. "제 얼굴 똑바로 보세요."

(모니카, 자신을 워스트 댄서로 지목한 노제에게)



모니카 님이 노제 님에게 리더 계급 워스트 댄서로 지목당했을 때 한 말입니다. '감히 네가 나를 뽑아?' '내가 워스트 댄서일 리 없다.'라는 자신감으로 보였죠. 당시 저는 '이 기싸움 무엇...' 하면서 살짝 (겁나) 기가 빨렸었는데요. 나중에 한 인터뷰에서 모니타 님이 해당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오히려 더 반했어요.


"제 마음은, 뭔가 혼내려고 했던 게 아니라, 좀 당당하게 '모니카입니다' 하고 불렀으면 하는데 이렇게 숙이고 얘기하는 그 태도가.. 좀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최선을 다해서 너랑 싸울 수 있으니까. 네가 나를 물 거면, 확실히 물어라. 그럼 나도 물겠다. 이런 말이었어요."

영상 출처: https://youtu.be/Rd8V5JSAHz0?t=782


아, 이 사람은 그냥 센 게 아니었어요. 진짜 강한 거지. 모니카 님은 절대 자신의 낮추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품위를 챙길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 외에도 모니카 님의 명장면과 명대사는 수도 없이 많은데요. 모두 한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더라고요. 자존감! 그야말로 '프라우드먼'이 아닐 수 없습니다.



5. "제가 애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나는 다 괜찮은데, 어리광만 부리지 말라고.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책임을 지고 그 무게를 견디는 게 어른이라고."

(모니카, 세미 파이널 최종 순위 발표에서.)




모니카 님은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제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어리광 부리지 말고 받아들이자"라고 말할 수 있는 리더가 몇 명이나 될까요? 이 장면을 보면서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만이 리더십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온전히 책임을 질 줄 아는 것. 그리고 책임을 감당하는 법을 팀원들에게도 가르쳐 주는 것 역시 리더의 자질인 것 같아요.


+ 탈락 후 소감도 너무 멋있어서 함께 첨부합니다.

“저는 오늘 집에 가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한테 돌아가고, 제 본업으로 돌아가서 저를 지금까지 만들어줬던 사람들에게 다 그 덕을 돌려주면서 살아갈 거예요. 저 위로 안 해주셔도 되고, 계속 같이 춤췄으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계속 할 거고, 하던 대로 살 거예요."



6. "누구랑 막 찍어 눌러야 하고,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근데 '저기는 조회수가 230만인데 내가 200만이라고 이렇게 슬퍼할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언제 이런 사랑을 받아봤다고?" 

(가비, 세미 파이널 최종 순위 발표에서.)



라치카 팀은 바로 지난 결과 발표에서도 탈락 결정 배틀의 쓴 맛을 봐야 했습니다. 당시 가비 님은 "배틀해야 하면 할게요."라고 말하며 울먹였고, 항상 여유롭던 모습과는 달리 초조하고 절박한 모습을 보여주어 모든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죠. (우리 가비 건들지 마... 건드리면 다 죽어... 흑)


그런데 바로 그다음 결과 발표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거예요. 정말 너무 의연하게요. 우리는 사람이니까 순위에 연연연하고 서로 비교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지금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 기회이고 행복한 시간인지도 느낄  있잖아요. 가비 님이 그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어요.



7. "제가 좋은 리더가 아니고, 팀원들이 저를 좋은 리더로 만들어주는 거죠."

(리정, 메가 크루 미션 준비 과정에서.)


스우파에 등장하는 리더들은 모두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여주지만, 자신들의 팀이 최고라는 믿음만큼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정 님이었어요.


리정 님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실력과 자신감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데요. ("완전 자신 있어요. 완전 제 거예요."라는 말을 엄청나게 많이 하죠.) YGX 팀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특유의 패기가 자신이 아닌 '팀원들' 향하는 모습을   있습니다. 방송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신을 낮춰 이야기 한 이 부분 역시 팀원들에 대한 이야기였죠. 이렇게 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정말 뭐든 무섭지 않을 것 같습니다.




8. "(채연이의) 그 표정 처음 봤거든요. 더 할 말 없더라고요. 그래, 그럼 언니 최선을 다해서 이길게."

(효진초이, 원트 vs 라치카의 탈락 배틀에서)


https://youtu.be/qnt2L0ZxqcQ?t=1077


저는 효진초이 님이 '엄마초이'나 할미초이'라고 불리는 것에 상당한 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효진초이 님 아직 결혼도 안 하셨고요. 둘째, 이 분에게는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이 때도 저는 채연 님을 믿어주는 따뜻한 모습보다 오히려 '너만 괜찮다면 나는 이기겠다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이길  있다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자신감에 감동받았어요. 이런 건 정말 아무나 못하는 말이잖아요.


그리고 진짜로 이겼습니다. ‘원트는 탈락했지만 효진초이는 탈락하지 않았다’는 말처럼(제가 방금 지어낸 말입니다...)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무자비한 댄싱을 보여주셨습니다. 정말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이긴다고 말하고, 정말로 이기는 것. 효진초이는 찐이었습니다.



9. "차라리 그냥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정말 배틀이 너무 싫었거든요. 근데 어떻게 된 건지 링 위에 이렇게 딱 있으니까, 하고 싶더라고요. 진짜 나 이번에 끝내더라도 다 보여주고 갈 거다."

(이채연, '라치카' 에이치원과의 탈락 배틀에서.)


https://youtu.be/glwrK81iHYg


저는 정말 응원했어요. 아이돌이라고 무시받고, 온갖 악랄한 편집에 고통받던 채연 님이 부디 한 번쯤은 후회 없이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기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크루의 탈락을 결정짓는 마지막 배틀, 마지막 순서에서 말입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성장 서사의 클라이맥스를 찍고 내려온다는 것. 정말 소설이나 영화라고 해도 이보다 지독할 수는 없을 거예요.


채연 님이 보여줄 수 있었던 모든 결말 중, 가장 훌륭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처음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똑똑히 증명했으니까요. 영화 <킹스맨>의 대사를 빌리자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고귀함은 과거의 자신보다 우월해지는 데 있으니까요.


내 마음 = 보아 님 마음



10. "진짜 죽어라 할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이겼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피넛, 립제이를 지목한 약자 지목 배틀에서.)


https://youtu.be/YtQlpSNGSYY


마지막 명대사는 피넛 님입니다.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사람을 1:1 싸움의 상대로 지목하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요. 두려움, 기대, 걱정, 자신감, 간절함이 모두 동시에 담겨 있던 피넛 님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결국 이 날 피넛 님은 립제이 님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배틀은 '돈 주고 봐야 한다'는 찬사를 얻을 정도로 훌륭했어요. 배틀이 끝난 후 다른 댄서들이 리스펙의 의미로 신발을 던졌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응원의 제스처를 보냈습니다.


저는 스우파의 모든 댄서들을 보면서 최선을 다해도 질 수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나의 몫임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지난여름 올림픽 선수들을 보면서,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배움이에요.



세상에는 정말 용감하고 멋진 여자들이 많습니다. 그걸 잔뜩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요즘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스우파 명장면, 명대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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