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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Nov 05. 2022

워홀을 갔다, 그냥 돌아왔다

30대 직장인의 워홀 도전(실패..)기 <농담 같은 홀리데이>

2019년 여름. 5년 간 일하던 회사를 나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이미 30대에 접어든 5년 차 직장인이 하기엔 쉽지 않은 결정. 한 번쯤은 아무것도 재고 따지지 않고 엄청난 일을 저질러 보고 싶었다. 밋밋했던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이미 길이 정해져 버린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고 싶었다... 내가 드는 이유들은 하나 같이 거창했고, 주변 사람들 모두가 멋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내가 멋있는 줄로만 알았지.


부푼 꿈을 안고 간 호주는 매일이 실망의 연속이었다. 가끔 즐거웠고, 종종 힘들었고, 이따금 슬펐으며, 대부분 외로웠다. 그 멀리까지 갔지만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특별한 경험이나 대단한 성취 없이, 그렇게 7개월 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실 요약하면 그게 다다. 워홀을 갔고, 그냥 돌아왔다.


2020년 여름. 딱 1년 후의 나는 책을 만들고 있었다. 호주에 있는 동안 브런치에 틈틈이 쓰던 글, 장문의 일기들, 블로그에 남긴 조각 글, 돌아와서 쓴 글들까지 모두 모았다. 내 인생에 다신 없을 대담한 선택과 강렬한 경험이었기에 어떻게든 생생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게 책이 될 수 있을까, 이런 걸 누가 읽어줄까 싶었지만 책을 다 만들어갈 때쯤 되어서 알았다. 이 기록들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책이 되었어야 했다는 것을. 글을 쓰고, 편집하고,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내가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을 비로소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패를 실패라고 말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경험과 감정을 쓰고 말하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씩 용기가 생겨났다. 나는 도전했고, 실패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억지로 말했던 나의 모자람을 반성한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말의 무게를 절절하게 느꼈다. 가지 않은 길은 영원히 알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뼈아픈 후회는 남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간을 통해 내 삶의 어떤 순간들을 생생하게 느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주는 즐거움.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서 오는 뭉클함, 또는 괴로움. 내가 나에 대해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아픔. 대단한 것을 원했지만,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슬픔. 결국 어느 지점부터는 오로지 나 혼자서 인생을 감당해야 한다는 외로움. 성공담인지 실패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은 인생을 좀 더 생생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고자 노력했던 나의 투쟁의 기록이다.

<농담 같은 홀리데이> 에필로그 '읽고 싶은 이야기' 중


내가 주인공인데도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차마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간들. 그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비로소 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감히 이것을 마법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이제 그 기록들을 당신에게도 보내본다. 나의 마법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누구든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농담 같은 홀리데이>는 아래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예정)

독산 독립서점 올오어낫싱 (https://smartstore.naver.com/allornothing/products/7506897630)

망원 독립서점 가가77페이지 (https://smartstore.naver.com/gaga77page/products/751460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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