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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룸펜 Mar 01. 2017

시금치 프리타타, 주말 오전 호사로운 브런치

시금치 요리 둘

  애들 키우는 부모님들은 다 그렇겠지만 주말마다 고민이다. 오늘은 또 뭘 해먹이나. 빵이 편하긴 한데 소화도 잘 안되는 밀가루 먹이는 게 영 거시기하고, 그렇다고 맨날 계란후라이나 쏘세지 먹일 수도 없고.   

   

 지난 주말 아침, 아내가 가져온 겨울 시금치로 끓인 된장국에 밥 말아주니 우리집 7살 상전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흥! 된장국 그만 먹고 싶어!’ 


  요새 좀 자주 먹기는 했지. 고민이네. 뭘 해줘야 하나. 시금치도 좀 남았고, 냉장고에 이런저런 자투리 야채들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래 결정했어. 구원투수 등장. 오늘 메뉴는 시금치 프리타타!     


  이름이 거창한데 별 것 없다. 그냥 이태리식 오믈렛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햄이랑 야채 볶다가 풀어놓은 계란 넣고 익히면 끝. 딱히 정해진 재료가 없어 냉장고 야채들 정리하기에 안성맞춤. 그런데 보기는 아주 그럴싸 해 주말 아침(또는 브런치) 메뉴로 그저 그만이다. 

 



  우선 야채를 썰어두자. 있는 재료 뭐든 다 넣으시면 된다. 버섯, 양파, 마늘, 파프리카, 샐러리, 방울토마토 기타 등등. 그렇지만 시금치는 절대 빠트리시면 안 된다. 절대. 햄이나 베이컨 있으면 금상첨화.      

  그다음으로 준비할 건 계란(집에서 세 식구 먹으려면 4개 정도가 적당하다). 소금 넣고 풀어줬다. 혹시라도 말린 허브가루 있으면 넣어주셔도 좋고 없으면 그냥 패스.      

  기름 넣고 마늘 볶다가 향이 올라오면 햄, 야채순(시금치와 방울토마토는 나중에)으로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질 정도에 시금치 투하. 

  

숨이 좀 죽었다 싶으면 준비해 둔 풀어놓은 계란 골고루 부어주면 된다.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 놓고 오븐에 넣어주면 끝. 180도에서 20분 정도면 딱 좋다. (집에 오븐 없는 분들은 중약불로 불을 줄이고 익히다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계란이 묻어나지 않으면 속까지 익었다고 보시면 되겠다)  꼬마들 있는 집에서는 10분 정도 남겨두고 꺼내 모짜렐라 치즈 좀 올려 다시 구워내면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역시나 없으면 패스.      



완성!     

시금치가 남으면 샐러드도 만들어서 곁들여 보자




  레시피는 별 것 없는데 접시에 담아놓으면 진짜 고급지다. 배경음악으로 바흐나 모차르트 틀어놓고 바게트랑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고급 레스토랑 브런치 부럽지 않다. 물론 우리 집에서는 동요 들으며 김치랑 밥이랑 같이 먹지만.      


  주말에 뭐 먹일지 고민스러울 때,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들이 시들시들해져 스트레스 받을 때, 맨날 먹는 계란말이나 계란찜 말고 새로운 계란 요리가 먹고 싶을 때 만들어 보시라.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장담한다.  특히 주중에 야근이다 회식이다 늦게 퇴근해 가족들에게 눈총 받는 이 시대의 불쌍한 가장들은 꼭 한 번 도전해 보시라. ‘별 기대 안 했는데 제법인데.’, ‘아빠가 해준 음식 너무 맛있어!’라는 말이 꿀처럼 달다는 걸 실감하시리라. 단, 요리 후 설거지는 필수.  

내가 만들었지만 훌륭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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