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동윤톡] 20250714
요즈음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기온과 습도가 높다 보니 습식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안양시는 불볕더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담 조직(TF)을 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폭염으로 고생하는 주민을 보거나, 현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거나, 건의 사항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6월 29일 일요일부터 7월 6일 일요일까지 독일과 네덜란드로 공무 국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지방의회에서 해외를 다녀오는 걸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시선이 훨씬 더 높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를 숨길 게 아니라 더 투명하게 일정과 내용을 공개하고, 무엇을 보고 배워왔는지 시민분들께 보고드려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오늘은 네덜란드 스마트시티 센터를 방문하여 배운 내용과 느낀 점을 정리했습니다.
안양시는 작년에 스마트도시통합센터를 개관했습니다. 7천여 대의 CCTV를 통합하여 감시할 수 있는 관제센터는 물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스마트도시통합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 외관이나 내부 모두 세련된 느낌이 드는 장소입니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2009년부터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하니 얼마나 발전된 시스템과 시설을 갖추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연수 중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방문하자마자 제 기대와 다른 모습에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첨단기술로 가득한 시설을 방문할 줄 알았는데 그냥 중고등학교 실험실 같은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담당자의 소개가 시작되면서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Amsterdam Smart City”라는 개념은 더 이상 쓰지 않고 “Amsterdam in Change”라는 바뀐 개념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업 사례로 “자전거 이용 확대 정책”, “건설 현장에서 친환경 목재 사용 확대 정책” 등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저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전거 이용을 확대하는 정책이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정책을 시행하기 전의 암스테르담 시민의 자전거 이용률과 정책을 시행하면서 변화하는 이용률을 추적하고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정책을 확대할지 축소할지 등에 대해 판단한다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시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사업의 지속 여부를 정량화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안양시도 부서별로 수많은 사업을 추진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나 시스템을 갖추고 취합한 데이터를 활용 및 판단하는 부서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부서장급 이상은 데이터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지방의원도 ‘감’이 아니라 ‘숫자’를 기반으로 자료를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설명을 다 듣고 나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했습니다.
안양시는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와 같이 첨단 기술을 총망라한 시설이 있는데 암스테르담 스마트 시티에 오면서도 그런 시설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설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스마트 시티’ 사업을 소개해 줘서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이해한 스마트 시티와 암스테르담의 스마트 시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제가 이해한 대로, 제 방식으로 풀어내 보겠습니다.
암스테르담도 그런 유사한 시설이 있지만,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 스마트 시티를 만들 때 ICT에(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 통신 기술)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시티는 더 폭 넓은 개념을 포함합니다. 암스테르담 스마트 시티의 주요 요소는 시민 주도형 사업, 민간기업, 정부와 관내 대학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입니다.
단순히 첨단 기술을 모으는 것이 스마트 시티가 아니라, 수많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숙의 과정’이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안양시의 스마트 시티 정책이 ‘위에서부터’ 추진되었다면 암스테르담의 스마트 시티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졌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안양시가 암스테르담보다 스마트 시티의 수준이 낮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생각했던 스마트 시티의 범위가 너무 좁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시는 뛰어난 기술을 토대로 어떻게 더 안양 시민의 의견을 모을지 고민해야 하고, 정책을 추진하며 얻은 데이터는 다시 ‘환류’시킬 수 있는 스마트 시티 그다음 ‘무언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비전이 생겼습니다.
안양시 관련 부서의 의견은 물론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며 더 발전하는 안양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습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여담으로, 네덜란드는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았습니다. 스마트 시티 설명과 질의응답 역시 모두 영어로 진행된 덕분에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영어 전공자로서 보람을 느끼면서 시의원을 하며 무뎌진 영어 실력을 다시 갈고닦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