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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Jan 10. 2023

딱히 좋아하는 게 없다고 느낄 때

노잼시기라도 모든 게 노잼은 아닐 거야

딱히 좋아하는 게 없다는 것 = 무언가를 꾸준히 못 해봤다는 것



20대부터 회사 일이 맞지 않다고 느꼈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회사원으로 n년차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키울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 때문에 정신이나 신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도 때문에 회사를 뛰쳐나올 용기를 갖기 위해서는 아래의 조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급과 비등비등한 만큼의 수입이 있거나, 회사 따위 다 필요 없이 내가 진짜 좋아서 몰입할 수 있는 게 있을 때


지금은 회사 월급 외에 큰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이걸 하면 뭔가 될 것 같다는 결심도 서질 않는다.


언젠가부터 '덕후'를 굉장히 부러워했다. 말 그대로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서 그 분야에 정통해진 사람.


나에게는 덕후 DNA가 내재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이는 다시 말하면 무언가를 진득하게 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더 알고 싶고, 잘하고 많이 알게 될수록 더욱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결국 좋아할 만큼 꾸준히 한 게 없다는 게 아닐까? 잘하는 게/ 잘 아는 게 없다는 의미 일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 스스로가 '좋아한다는 것'에 과한 의미 부여를 한 걸지도 모르겠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가볍게 좋아하는 것도 깊이만 다를 뿐 좋아하는 것인데 가볍게 좋아하는 건 별 거 아니라는 듯 치부해서 나의 세계의 확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꼭 나의 재능으로 수익으로 연결되어야지만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못된 사고방식을 깨뜨릴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인플레이션 시대에...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나 ㅠㅠ)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긴 기간 동안 꾸준히 (좋아)하는 것 몇 가지가 있다.


1) 글쓰기 : 중학교 때부터 썼던 노트가 여러 권이다. 물론 지금은 꾸준히 쓰는 노트 따위는 없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렇게 글을 쓰고 소소한 공감을 받을 때 참 기분이 좋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작가가 될 것도 아니지만,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이 행위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쓸 때 누구에게도 표현할 수 없는 내밀한 내 모습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이를 통해 나를 더 알 수 있어서 왠지 모를 쾌감이 있다. 그리고 한 줄이라도 적고 마침표를 찍을 때 무언가 완성했다는 성취감도 빼놓을 수 없다.


 2) 운동 : 지금은 헬스를 하고 있지만 킥복싱, 요가, 필라테스, 사이클 등 다양한 운동을 거쳐왔다. 특히 나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던 운동은 요가이다. 좀 더 깊이 배우고 싶어서 요가지도사자격증도 알아봤었다. 무슨 운동이든 매일의 활력을 위해 꾸준히 하고자 한다. 헬스를 좀 잘하고 싶은데 자세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근력이 딸려서 쉽지 않다. 못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헬스 덕후가 될지도... (제발)


3) 로맨스물 시청 : 요새 연애 예능이 많이 나와서 볼거리가 아주 풍성하다. 사랑의 스튜디오 시절부터 연애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다. 로맨스 영화부터 로맨스 드라마, 하트시그널과 나는솔로를 비롯해 각종 연애 예능에 열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연애고민 들어주기, 소개팅 시켜주는 것도 참 좋아한다. 한 사람이 가진 껍데기에서 벗어나 인간에 본능에 충실한 과정인 것 같다. 상대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투영되는 가치관과 둘 사이에 오고 가는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롭다. 나중에 회사 때려치우고 마담뚜나 해야 할까?


4) 좋은 식당과 먹거리 : 겉만 번드르르하고 맛없는 식당을 참 싫어한다. 맛은 좋은데 위생이 안 좋거나 브랜딩이 어설픈 식당 또한 별로다. 그 가게만의 정체성, 개성 있는 메뉴와 맛이 어우러진 식당을 발굴하면 참 기분이 좋다. 먹을 것에 진심이라 회사에서 간식 주문을 항상 도맡게 된다. 골목식당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본 듯... 뭘 먹어도, 많이 먹어도 소화도 잘 되고 살 안 찌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뜨겁지 않아도 좋다. 지금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진심으로 좋아하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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