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zzie Jul 05. 2016

다독거림

1-2 "괜찮다, 다 괜찮다"

대학을 졸업한지 한달이 조금 넘은 지금 돌이켜보니, 내 대학생활이 참 힘들었다. 공부나 학교의 명성이 나에게 너무 벅찼고, 친구들과의 경쟁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해보자" 라며 포기인듯 포기가 아닌것을 반복해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만 하는 지혜를 얻었다고 하기에는 나 스스로 나의 의지박약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힘듬을 느끼고 생각하고 떨쳐낼 여유도 없이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렀고 곧 포기가 고통을 이겨내는 수단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들이 등장했다. 드라마 "킬미힐미"에서 지성의 일곱가지 인격들의 출현이 공상이 아닌 현실처럼 와닿았다. 새로운 인격들과 마주할때 나 조차 내 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순간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고 사무치게 외로운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순간들이 더 많을거라 짐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을 앞둔 시점엔, 숱한 실수가 만회되고 그 실수들이 그저 철없는 못남이었음이라 확인시켜주는 곳은 이곳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했던 곳보다는, 내가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곳.

상처받았던 곳이라기 보단, 아파하는 나와 치유해주는 나를 동시에 발견한 곳.

이 힘듬조차 그만큼의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리니..라며 다독였다.  


"마음이 조용한 상태에서 내 감정을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으면 뜻하지 않은 다소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내 안에는 힘든 감정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감정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또 다른 나' 혹은 '그분'이 계시는구나 하는 알아차림입니다. 세상에서 나만 홀로 분투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항상 나를 떠나지 않은 채 고요 속에서 자비하게 내 마음을 바라보는 분이 계신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혜민 스님의 <완벽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일탈, 그 첫번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