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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규 JELMANO Jan 30. 2018

2018 패션 트렌드-어글리슈즈 &  삭슈즈

2018년 2월 패션칼럼(15)-미리 눈도장 찍어 두면 데자뷰로 보여요

지난 글에서 2018년 올해의 컬러로 ‘울트라 바이올렛’을 팬톤사에서 뽑아 열심히 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어서 향후 몇 편의 글에서는, 올해 여러 매체에서 많이 보일 것으로예상한 패션 잇-아이템에 대해, 저의 주관으로 종합, 정리, 비평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패션분야는 아방가르드하다.’는것은 이 산업에서 생산되는 신조어의 양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미처 적절한 국어로 전환되지못하고, 마구 유입된 ‘외래어의 과다사용’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보그병신체’라는말이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 단어 역시도 점잖으신 일반 대중들은 여전히 모르시는 말이 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보그병신체 정의와 예시>


이러한 낯선 단어 중에 ‘놈코어(norm-core)’라는것이 있습니다. 제가 이 컬럼 공간에서 몇 번인가 소개한 적이 있어,한인회보 독자들 중에서는 기시감(旣視感)을 느끼신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놈코어는 최근의 패션트렌드 흐름에서 무거운 존재감이 있는 개념입니다. 


새(鳥)로 비유하자면, 놈코어 이전까지 ‘패션은 화려한 공작새 또는 날렵한 제비를 추구한다.’ 라고 할 수 있다면, 놈코어 이후부터는 ‘패션은 참새다.’ 라고 선언한 셈입니다. 아직도 와 닿지 않으시다면, 아래 사진을 보면 놈코어의 개념이 잡히실 겁니다. 



 <놈코어의 아이콘, 故 스티브 잡스>



실제 normal 과 hardcore의 합성어인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월리엄 깁슨은 2005년 출판된 그의 SF 소설 <Pattern Recognition>에서 다음과같이 주인공을 묘사한 바 있지요. 이 묘사와 잡스의 싱크로 율은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검정 티셔츠, 동부의 사립 초등학교에 납품하는 브랜드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회색 브이넥 풀오버, 오버사이즈 블랙 리바이스 501!



물론 공상과학 소설에서 문득 새롭게 만들어진 조어가 단번에 트렌드 시장에 유통되지는 않습니다. 시간도 걸리고, 스피커도 필요하지요. (물론 ‘운’도.) 그로부터 8년 후인 2013년10월 뉴욕의 트렌드 예측 회사 ‘K-Hole’이 이 단어를새로운 경향으로 뽑아내어, 업계에 비로서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불과 몇 개월 후인 2014년초 파리에서 선 보인 샤넬의 2014 FW패션쇼의 무대 컨셉은 일상생활의 상징, 슈퍼마켓이었지요.올해 85세의 나이(1933년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련하게 샤넬을 이끌고 있는 칼 라거펠트 어르신의 젊은 감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83세 때 호텔사업에도 뛰어드신 분이시니..) 


<샤넬의 지난 2014년 FW컬렉션 슈퍼마켓 런웨이와 Normcore 양식의 스니커즈>


놈코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발렌시아가, ‘못 생긴 아빠신발’로 치고 나가다.


전략적 차별화는 경영전략론에서 늘 빠지지 않는 전가의 보도입니다. 그리고 패션 럭셔리 하우스의전략적 차별화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리 소재 전통의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CD 교체 사례는, 이 명제의 중요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최근의 가장 좋은 예가 됩니다. 


2015년 가을 발렌시아가의 경영진(Kering 그룹)은 ‘모터백’ 히트 이후얌전했던 알렉산더 왕을 버리고, 과격할 정도로 혁신적인 뎀나 바잘리아(DemnaGvasalia)로 CD를 교체합니다. 당시언론과 패션계에서는 뎀나 바잘리아의 투입에 대해 파격인사로서 반신반의한 평가를 내렸지요. 그루지아 출신으로서디자이너계에서는 최고로 치는 벨기에 엔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마틴 마르지엘라, 루이비통의 디자이너팀에 있다가, 친형과 함께 시작한 본인 브랜드Vetements(베트멍)을 런칭한 지 4년에 불과한 ‘듣보잡’이었기때문입니다. 

 

뎀나 바잘리아의 스타일을 두 마디로 이야기하면 엔트워프 출신답게 ‘해체주의’와 ‘오버사이즈’입니다. 일단 현재 발렌시아가의 의류 디자인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싶습니다. 그이유는 직접 구글에 ‘뎀나 발렌시아가’를 쳐보시면 바로 아실수 있습니다. 다만 슈즈에서는 엄청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경영진은 발렌시아가 브랜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작년 하반기인 17FW 시즌부터 (특히 한국시장에서) 우주만큼 높이 떠 버린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 스니커즈는전세계적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몇 개월째 줄서서 웃돈을 주고도 못 사는 핫 아이템 입니다. 트리플 S 의 한국시장 발매가는 90만원대였습니다만, 현재 한국에서 리셀(Re-sell)가는 200만원에 이르렀다는 가슴 저린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발렌시아가트리플S, 한국 리셀가 200만원에 육박하는 모델은 우상의‘빨파’와 좌하의 ‘노초’>

뿐만 아니라 뎀나의 발렌시아가는 일견 투박하고 못생긴 ‘어글리 스니커즈’라는 새로운 장르를 아예 만들어 버렸습니다. 구찌, 라프시몬스와 협업한 아디다스, 프라다 등 다수 브랜드가 뒤늦게 합류하고있는 형국입니다. 


<구찌, 라이톤러너 100만원 대>
<라프시몬스x 아디다스, 오즈위고50만원 대>


그런데 트리플S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뎀나의발렌시아가는 이미 바로 그 전 시즌에 똑같은 사고(?)를 쳤습니다. 작년상반기, 17SS에 이미 삭슈즈(Sock+Shoes) 라는신규 장르를 만들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스피드 트레이너’를내 놓았던 것입니다. 


<뎀나의첫 슈즈 디자인이라고 알려진 스피드트레이너, 60만원대, 그러나현재 대부분 Sold-out>


글이 길어져 별수 없이 급하게 결론을 내립니다. 그럼 이번 시즌에 많이 보일 신발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이 될까요? 매우단순하게도 바로 이 둘의 하이브리드 입니다. 땡기십니까? 


<발렌시아가 트리플 S x 스피드 트레이너 하이브리드>



물론 100만원대 이런 슈즈가 꼭 답은 아닙니다. 이미 ZARA와 같은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는 늘 그러했듯 fast-follower 전략을 쓰면서 유사 모델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이번 ‘어글리슈즈’ 모델은매우 어설퍼서 저에게는 더욱 ‘어글리’해 보입니다. 물론 선택은 여러분의 몫 입니다.                                


<발렌시아가 SSS  vs  ZARA '어글리' 슈즈>




마무리 여담으로,최근 MB 와 관련이 깊어 보이는 DAS 와국정비특활비 사건에서 심오한 취재 내공을 보여준 탐사전문 주진우 기자의 슈즈가 참 신선하게 다가왔었습니다. 개인적으로이런 신발을 신는 기자나 정치인이 좀 더 있으면 한국 사회가 더욱 명랑하고 활기 충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진우기자의 분홍색 보퉁이와 잘 어울리는 트리플S>

다음달에는 왜 이것이 ‘아빠신발’ 인지에 대해 마저 이야기 하면서, ‘놈코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후줄근아빠옷’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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