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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선물하기 좋은 패션 아이템

2018년 12월 옐마노 패션칼럼(23) - Gallo 에 이 글을 바침

by 글쓰는 동물

지난달 칼럼은 개인적으로 치룬 시험이 하나 있었던 관계로 연재를 쉬었습니다. 모처럼 다시 밤새 내린 눈으로 덮인 뒷산같은 하얀 원고지를 마주하니 손가락 사이 고드름처럼 걸려있는 볼펜이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비유입니다. 실제 제 눈앞에 펼쳐진 백지는 바로 MS워드가 깔린 하얀 모니터이고 묵직한 펜이란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이지요. 까딱까딱..


12월은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자, 선물 시즌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이번 달은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가볍고 독특한 패션 아이템처럼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으면서 작은 마음을 전달하기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제가 늘 추구하는 ‘패션과 인접 학문과의 접점찾기’에 따라이번에는 저의 또 다른 학부전공이기도 한 경제학에서 그 힌트를 얻어볼까 합니다.


선물의 경제학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왈드포겔은 90년대초 ‘크리스마스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논문에서 1992년 한 해 선물로 치룬 사회적 비용이 40억에서 130억 달러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비용의 근원은, 선물을 주는 사람이 치루는 액수 대비 선물 받는 사람이 받은 선물과 같은 효용을 갖는 다른 상품을 스스로 살 때 들이는 액수입니다. 참고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이란, 어떤 선택에 대한 필연적 댓가인 기회비용을 말합니다. 이 논문의 실험방법은 간단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이지요. ‘지인에게 받은 어떤 선물(예를 들어, 양말 세트)를 네가 직접 구매한다면 얼마를 쓰겠느냐?’


답은 금새 나옵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요.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느나 이 비용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 숨겨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 우리는 현금봉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얇은 (또는 두꺼운) 봉투로서 마음의 선물인 ‘예쁜 물건’들을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요. (봉투 두께에 따라 그럴 경우도 많아진다고 답하는 분들이 눈에 선하지만,) 일반적으로 봉투로서 선물을 대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또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저도 학부때 배운 바 있는 ‘맨큐의 경제학원론’에서는 신호이론으로 이야기 합니다. 선물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지만, 현금은 그게 안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의 메시지는 ‘나는 돈이 많다.’ ‘돈으로 너를 돕고 싶다.’ 이런 류의 메시지는 아닌 것으로 새기겠습니다.) 이 신호이론에 따르면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될 때, 우리의 메시지는 강한 설득력을 얻습니다. 하나는 일정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입으로 때우거나 포스트잇 축하 쪽지가 약한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신호전달자로서는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메시지화 할 수 있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현금이 선물을 따라 올 수 없는 포인트가 생기는 것 이지요. (돈 있는) 누구나 치룰 수 있는 어떤 것(이를 테면, 화폐...)이라면, 메시지의 힘은 약해집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널 위해 나는 할 수 있(었)다.’ 라는 것을 보여줄 수록 선물은 묵직해 집니다. 현금이 가진 한계가 이 지점 같습니다.


그럼 무엇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 상에서, 이제 선물할 사람을 떠올리기길 바랍니다. 그 다음으로 내가 그(녀)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정한 다음, 생각나는 물품을 떠올리시거나 혹은 찾아 나서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이 순간 같은 생각을 하면서 떠오른 아이템이 있습니다. 양말입니다. 특히 이탈리아에 계신 분들은 제가 좋아하는 양말브랜드 Gallo의 이런 양말을 주변들에게 드린다면 좋은 취향을 공유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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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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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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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국의 L 온라인 쇼핑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담없는 선물의 가격대로 가장 많이 나온 가격대는 6~8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럼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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