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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12. 2023

부암댁의 생각_24. 콩나물에 대하여


장을 보러가면 무의식 중에 무심코 담는 것이 콩나물이다. 그도그럴것이 가격이 싸고, 양이 많고, 한웅큼만 국에 넣어도 시원해지기에 술꾼 나에게는 꼭 상비해 둬야할 식재료다. 그러나 무심코 집어 들면서도 나중에 또 빼버리게 되는 것이 콩나물. 바쁘거나 집을 몇일 비워둬야 하면 손질할 틈도 없고, 장기보관도 안되기에 아쉬움을 뿜으며 다시 콩나물을 내려놓는다.


콩나물을 산다.


콩나물도 종류가 여러가지다. 대개는 무농약 국산 콩나물이 주를 이룬다. 맑은 물을 썼다는 문구도 종종 보인다. 보통은 노란 대가리에 두번째 손가락 길이만한 대를 가진 콩나물들이 뒤엉켜져 봉지에 담겨있다. 때때로 콩깍지가 까만 쥐눈이콩나물도 보이고, 마트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가리는 사라지고 몸통은 굵은 아구찜용 콩나물이 있기도 하다. 한참 궁금할때 키워봤다. 키워보고 나니 콩알이 작은 것이 빨리 콩나물이 되고, 콩이 좀 크면 대가 굵은데 빨리 안큰다. 그러나 아구찜용은 좀 수상함.  쥐눈이 콩은 확실히 콩대가리가 맛이 좀더 고소하고 좋다. 얘네는 어두운 곳에서 물만 먹고 자라니까, 확실히 뿌려주는 물이 중요하긴 하다.


다양한 콩나물이 있지만, 일단 나는 콩나물은 봉지에 물이 많이 남지 않은것, 그리고 쓱 냄새를 맡아봤을때 콩나물 냄새가 잘 나는 것을 고르려고 한다. (하지만 대개는 배달을 시키기에 선택권이 없을 때가 많다.) 콩나물은 물주고 키우는 것이긴 하나, 물에 오래 담겨 있으면 물비린내가 심하게 난다. 물이 없더라고 해도 콩나물에서 콩나물 냄새가 아니라 무향 혹은 화학향이 날때가 있다. 그런 콩나물은 요리할때 맛이 안나 요리하기가 어려워져 되도록 피하려한다.



콩나물을 손질한다.


전엔 콩나물을 손질하지 않았다. 물에 살짝 씻는 것 조차도 귀찮아서 세척된 콩나물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래 결심했어!’ 이후로는 요리보다는 콩나물 손질에 더 공을 들인다. 하다보니.. 콩나물 콩깍지에서 비린내가 심하게 나고, 콩나물 뿌리가 들어가면 잡맛이 더 강한 것 같아 콩깍지와 뿌리를 손질한다. 요즘은 콩 대가리가 썩은 것도 많이 보인다. 이것도 꼭 손봐야할 것! 지금은 이렇지만…전엔 먹은 콩나물 국엔 콩깍지가 둥둥 떠다니고, 머리카락같은 뿌리가 입에서 느껴졌던 것 같기도



콩나물을 요리한다.


콩나물 요리는 뭐니뭐니 해도 콩나물국. 그전엔 물에 연두로 간을 맞추고 콩나물을 넣고 파르르 끓인다음 파 송송 넣어서 끓였다. 왜 콩나물국이 어렵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 어려운 것이 콩나물국. 그 전에 먹었던 콩나물국에 대해서 가만 생각해보면, 마늘, 파, 멸치, 오징어의 맛이 더 강한 육수 맛이었고, 콩나물은 맛이 아니라 아삭한 식감으로 먹는 것이 콩나물국이었던 것 같다. 콩나물국에 대해 다시 돌아봤다. 콩나물국은 무슨 맛으로 먹어야할까?



콩나물국 끓이기


다시마 육수를 낸다. 대파뿌리를 넣으면 시원하긴 하지만 대파향이 가미된다. 콩깍지와 잔뿌리를 손질한 콩나물을 충분히 흐르는 물에 씻는다. 나는 물비린내나 화학향이 충분히 안날때까지 씻는다. 다시마 육수가 끓으면 콩나물을 넣고 끓이고 간은 소금으로만, 새우젓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또 그러면 새우젓향이… 소금 간 하는 것이 어렵다. 어느 포인트에서 아쉬워서 한꼬집 더 넣으면 갑자기 짜진다. 콩나물이 충분히 익은 향이 나면 완성. 아삭한 식감으로 먹었던 전보다는 좀더 끓인다. 콩나물의 시원한 맛과 콩나물 대가리의 고소한 맛으로 먹는다. 물론 파, 마늘, 멸치, 오징어 맛이 나는게 잘못 된게 아니고, 콩나물 맛만 생각하자면 그렇다는거



공간 사부작에서 ‘소금’을 주제로 하다보니 소금으로만 잘 표현할 국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콩나물 국이 떠올랐고, 그래서 콩나물에 대해서 좀 나부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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