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한번도 귀히 대해본적이 없었다. 조미료, 양념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단 한번도 매력적이라고 느껴본 적 없었다. 늘 간장, 된장, 향신료, 비니거에 눈길을 주었다. 소금은 중금속이다 미세플라스틱이다. 고염은 몸에 좋지 않다 소금을 피해라. 늘 시끄러운 정보 속에 은연 중에 멀리 해야할 조미료로 생각했다. 그러나 올 한해 소금!!!!! 이었다.
처음 소금이란 존재에 관심을 둔 것은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면서 였다. “충분한 나트륨을 섭취해야한다. 지역마다 계절마다 몸 상태에 따라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은 달라진다.” 늘 피해야하는 것으로만 알다가 잘알고 제대로 써야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는 장과 김치를 만나면서 소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소금이 없으면 한국의 발효문화는 어떻게 되는거야? 유해균의 접근을 막고, 식재료의 장기보존을 가능케하는 소금은 발효에서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장 선생님께서 많은 애정을 갖고계신 신안 박성춘의 토판천일염과의 만남! 대체 토판에서 얻어지는 천일염이란 무얼까.. 궁금했었다.
마지막으론 올해 요리하는 내내 머리 속에 맴돌았던 한문장 “결국은 소금이구나” 였다. 파마늘을 넣지 않고 소금과 기름으로만 간을 맞추니 나물 맛이 살아있다. 감자를 소금만 넣고 삶아먹으면 그 감칠맛이 정점이다. 고추는 쎈불에 구워서 소금을 뿌려먹으면 그만한 안주가 없고, 살짝 소금을 뿌려 간이 배게해 구운 가을 애호박은 모두가 배부름에도 젓가락을 놓지 않았다. 단호박탕쉬는 모두가 무엇을 넣었는지 궁금해 했지만 답은 너무 심플 했다. “소금!!”
와..이렇게 소금이 대단하다고? 하면서 생각해보니, 지금 쓰는 모든 조미료가 소금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 액젓, 케찹, 마요네즈, 굴소스 다 소금 없으면 간을 맞출 수 없다. 햐… 이제 슬슬 소금을 마주할 시간이 되었는가. 9월 한달 쉬면서 소금을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소금에 대한 책을 찾을 수 있는 만큼 찾아 읽고, 염전을 방문하기로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긴역사를 함께한 소금이라 “나 왜 소금 한다 그랬지?”싶었다. 하지만 정신을 붙들고.. 소금의 종류, 소금의 제조, 소금과 환경오염, 소금을 먹어야 하는 이유, 몸과 미네랄과 소금, 소금의 조리, 소금과 발효.. 하나씩 알아갔다. 알면 알수록… 이 혼잡한 과잉 정보의 시대에 점점 소금과 멀어지는 이 상황이 안타까웠다.
머리에 잔뜩 정보를 집어 넣고, 현장을 찾아갈 시간! 가기 전부터 잔뜩 겁을 먹었다. 일단 너무 멀고, 염전은 깨끗하지 않다. 염전 노예 등등 염전 하면 안좋은 이미지만 잔뜩 있어서 쭈삣쭈삣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 #박성춘토판천일염 에 찾아 갔더니, 세상 깨끗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붉게 물드는 함초가 자라는 염전을 따라 설명을 들으며 귀쫑긋 코 벌렁벌렁 감각을 세우고 선생님을 따라 염전길을 걸었다.
따뜻한 봄을 지나 뜨거운 여름이 되면 내내 소금을 생산하고 추석즈음엔 생산을 하지 않으신다고 하여 토판 천일염은 보지 못했다. 한 여름 내내 새벽엔 소금 받을 염전을 청소하고 함수(바닷물을 증발시킨 물)를 대서 소금이 오는 뜨거운 한낮에 소금을 걷어낸다. 그마저도 허리를 조금만 세우면 뻘이 같이 끌려와 꺼먼 소금이 되니 허리 펼세 없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 일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이곳 천일염이다.
소금이 온것을 못봐 아쉬워 하고 있는데, 한쪽 세라믹 타일에 소금이 뜬 것이 눈에 띄었다. 너무 예뻐 꺄꺄 소리를 질러댔더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땅에 뜬 별이라고..’ 정말..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소금이다.
만평의 염전에서 소금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계신 박성춘 선생님과 아내분, 가족들의 천일염이야기를 들으니 더 뭉클했고, 소금에 애틋해졌다. 이러나 저러나 애지중지 해야할 소금이다.
9월, 나는 정말 진하게 소금 공부한 한달 이었는데, 이것을 전달하자니..나..잘할 수 있을까? 적어도 소금이 무서운 애가 아니라는 것, 좋은 것 맛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을 잘 쓰는 법을 전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긴장과 기대를 잘 모아 내일부터 소금,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