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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12. 2023

부암댁의 생각_27. 술에 대하여


주酒력이 20년이 되어간다. 안 마신날 꼽는 것이 더 쉬울만큼 많이 마셨다. 즐거워도 마시고, 힘들어도 마시고, 혼나도 마시고, 주구장창 마셨다. 술이 좋았다. 맛있어서 라기보다도 마음이 풀어져서 좋았다. 늘 성나있는 뜨거운 마음을 차갑게 식혀줘서 좋았다. 어릴 때는 치기와 오기로 마셨다면, 조금 나이 들어서는 습관처럼 마셨다. 즉, 아무생각없이 마셨다.


다만 환경이 좋았(?)다면, 일본에 자주 왔다갔다 하면서 온갖 술을 입에 대었다. 칸비루든 나마비루든, 니혼슈든 무기소츄든, 사와든 미즈와리든 하이볼이든, 맛있다고 감탄을 하면서 마셨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왜 맛있다고 한건지 생각없이 마셨다. 술보다도 안주가 분위기가 맛있었다.


그러다 그 한잔을 만났다. 코는 향기롭고 입에선 달큰하며 목에선 부드럽게 넘어가 배는 따뜻해지는 그 한잔을 만나고 바뀌었다. ‘아, 술은 이런거구나’ 그 뒤로 술을 마실때마다 집중해 향과 맛을 그려보았다.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빚어보기 시작했다. 빚어보고, 공부해보니 그 향과 맛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신의 물방울의 표현은 부담스럽지만 조금씩 그 이유를 알아갔다 ‘아…그래서 떼루아를 말하는 거구나’


그러면서 술과 다시 마주했다. 이 술의 재료는 무엇을 사용했는지, 만드시는 분들은 어떤 의도로 이 맛을 냈는지 혹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술을 빚으시는지 알아보고 마시려고 했다.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내 코와 입이 잘못되었는지 코를 삐뚤어도 보고 물을 벌컥벌컥 마셔 혀를 씻어내보기도 하고, 왜 그런 맛과 향이 나는지 원재료명을 읽고 또 읽어보고… 내 감각과 취향이 이렇게나 잘못된 것인가 탓하기도 하며, 술에 대한 선입견과 많이 싸워야만했다.


어찌보면 주酒력 2년차…아직도 감각하고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최선을 다한, 자연의 힘이 담긴 술에서 나는 다양하고 풍부한 향을 곰곰히 생각하고 감각하고 즐기는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쐬주 한잔에 고민과 힘듦을 털어내버릴 수 있지만, 향긋한 향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또한 겨울은.. 술을 빚고 이야기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기도 하니까…


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기 위해 술의 맛과 향은 재료에 있고, 자연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만나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배웠다. 자연에 대한 존중, 재료에 대한 탐구…. 또 그것을 한병에 담아내어 사람들과 나누시는 넉넉함. 잘 전달 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중이다. 잘할 수 있..을까


이번주 부터 술과 마주한다. 이번 겨울은 술술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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