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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12. 2023

부암댁의 생각_ 29. 빼기의 미味학



내가 음식과 요리를 알아감에 있어 큰 깨우침(?)이 몇번있었는데, 첫번째는 땅과 계절에 따른 다양한 식재료가 있다 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요리는 코로하는 것이라는 것, 세번째는 최대한 뺄수록 맛은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육수를 내고, 양념을 내던 것에서 왜 넣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시작되었던 요리의 빼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김치 양념의 빼기


김치를 먹고 통을 씻다가.. 아니 마늘과 고춧가루는 그렇게 비싸다면서 이렇게 수챗구멍 막힐정도로 넣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김치 양념을 조금씩 줄여보았다. 어디까지 뺄수있나…? 양념자체의 비율도 줄여보고, 마늘,생강, 고춧가루 등등 들어가는 재료들을 하나씩 없애보거나 줄여갔다. 간을 하는 것도 젓갈에서 간장 그리고 소금으로 바꾸어보았다. 사실 절이기만 해도 김치의 향이 난다. 과한 마늘과 고춧가루는 발효를 되려 방해한다. 내가 알던 뻐얼건 김치는 아니지만 양념을 빼면뺄수록 시원하고 아삭하고 재료의 맛이 선명해졌다. 그 뒤로 구두쇠마냥 양념을 더욱더 아끼게 되었다.



육수의 빼기



습관적으로 육수를 끓였다. 그것도 아주 공들여서! 파뿌리는 잘 말리고 감칠맛 돋는 말린표고와 다시마는 잘 닦고 털어넣어 육수를 냈다. 때론 멸치나 디포리는 볶아 비린내를 날려 넣었다. 육수를 뺀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음식의 시작은 육수지!


이번에 버섯탕 끓일때도 무의식중에 다시마 육수를 냈다. 그러다 손님중 한분이 요오드때문에 해조류는 안드신다고 하시기에 어찌할까 하다가 맹물로 끓여보았는데… 헐!! 그제야 알았다. 다시마 육수가 버섯향을 다 가리고 있었다는 것을. 맹물로 끓일 때 더 선명한 버섯맛이 났다.


김 부각에도 마찬가지. 육수에 찹쌀풀을 쑤면 더 맛있다는 이야기에 늘 생각없이 육수를 끓여 찹쌀풀을 쑤어 만들었는데, 이번에 보니 이 육수가 김맛을 다 가리고 있었다. 김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새우깡을 먹고 있는 느낌! 심지어 새우도 안넣었는데… 육수.. 이거 잘 생각하고 써야겠네…



첨가물의 빼기


여름에 오이지를 담갔다. 소금물에 오이만 퐁당. 5개만 해보았는데 너무 향긋하고 맛있어서 100개를 담갔다. 그런 근황이야기를 엄마와 나누는데, 엄마가 오이지를 맛나게 담글줄 안다며 레시피를 알려준다며 물엿을 살짝 발라 수분을 빼고 소주도 쪼금 넣어준다고. 응?ㅋㅋㅋ


오이지는 여기저기 받아서 맛있게 먹었다. 꼬들아작 밥도둑이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파,마늘, 참기름 맛으로 먹었다 싶다. 소금물에만 담아둔 오이지는 짜지만 아삭하고 양념을 안하고 먹어야 맛있다. 뭣보다 먹고난 뒤 맛이 깔.끔.하다.


첨가물 빼기는 가공육에서도 크게 느꼈다. 지인이 만들어준 관촬레를 생으로 씹어먹다가 입에 퍼지는 기름과 고소한 염장육의 맛을 들이곤… 나머지 가공육에서 미세한 플라스틱? 소독? 냄새를 맡는다. 원재료명을 보면.. 이거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뭐가 많이 들어간다. 물론 이 첨가물은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관을 위한 것이었겠지만….



마늘의 빼기


음식에 마늘은 뺄 수 없었다. 누구는 음식에 맛이 없으면 다진마늘을 넣으라 할만큼 만능이 되어있다. 그러나 사실 제일 경계해야할 것이 마늘. 제일 다루기 어려운 것도 마늘이 아닐까 싶다.


나물을 공부한다고 매주 망경산사에 가면서 배운 것은 나물과 동시에 마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신채를 안먹는 사찰음식을 공양하면서 상대적으로 오신채가 많은 속세(?) 음식이 얼마나 강렬한지 느꼈다. 물론 마늘이 없는 것이 나물 그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신채를 줄여 먹었더니 감각이 예민해지고 소화가 잘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찰에서는 오신채는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해 수련에 방해가 되어 안드신다 했다. 오신채를 안먹는 것만으로 몸이 편안하고 감각이 열리니 왜 멀리하라했는지 알겠다.


음식에서 마늘을 빼니 음식맛이 선명하다. 그러나 때론 속세의 삶에서 힘이 부칠때는 또 마늘만큼 적은양으로 힘이 되는 것이 없다. 마늘을 많이 쓰는게 아니라 마늘을 잘 쓰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싶었다.


너무 풍요로워서 일까 아니면, 너무 온갖 정보가 혼재되서 일까. 요리를 할때 더하기는 쉬운데 빼기가 어려워져버린 요즘이다. 무엇을 어떻게 빼야할지 자각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아직까진… 빼기의 끝엔 맛이 있었다.


빼기 would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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