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나 쐬러 가자’ 아침에 주섬주섬 강화도로 향했다. 기분 전환의 목적이었다. 풍경이 좋은 곳이였으면 좋겠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만 했다. 목적지는 전등사로 정했고, 먹는 곳을 찾는데 늘 그렇듯 쉬이 정하지 못한다. 담음새가 대충인 곳도 싫도, 깨범벅도 싫고, 양념과한 것도 싫고, 김치가 맛없어 보이는 곳도 싫고….쟤 왜저래 싶은 온갖 이유를 맞추다 보면 갈 곳이 없다. 그렇게 오바를 하다가 김슨생의 질려하는 표정을 슬깃 눈치보곤, 백반집으로 적당히 타협한다. 어제는 산채나물 정식으로, 한 사람당 만원.
이런저런 찬에 두부구이, 도토리묵무침이 나오고, 홍합 모시조개 생새우 시금치 냉이가 들어간 된장찌개가 나왔다. 고추지무침, 게무침 같은 물엿 많이 들어간 무침 빼고는 모든 간이 적절했다. 게다가 깨범벅도 아니다! 얼갈이 순무김치는 잘 익어 톡쏘고 감칠맛이 돌았다. ‘아 이걸 만원을 받으시면 어떻게하나…’ 얼른 가게를 스캔한다. 건물상태, 일하는 분 수, 테이블 수, 앉은 사람수… 전엔 맛있다! 그랬는데 요즘은 맛있다 싶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어떤 재료를 쓰셨을지, 어떻게 해 그 가격을 매기셨는지는 가늠해 볼 뿐이다. 음식 점의 맛의 가격은 무엇일까. 사장님의 재료와 음식에 대한 이해, 맛을 내는 실력, 가게의 분위기와 스토리, 사장님의 센스… ? 혹은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난 왜 앞으로 계산해도 뒤로 계산해도 계산이 맞지 않는 걸까….
백반집을 나왔다. 조선대파 움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겨우내 약을 쳤을 것 같진 않고… 저것을 약을 쳤든 안쳤든 오일장에 가도 움파 보기가 쉽지 않으니 냉큼 사둬야겠다 싶었다. 한 포대에 3천원. 나 파 3대에 3천원주고 사는데… 순무는 안사냐고 하시기에 매워서 싫어한다 그랬더니 먹어보라신다. 싫은데 예의상 먹어야겠다 싶어 한입 먹었는데, 달다! 나 지금껏 먹은 순무는 무어냐… 순무도 8개 쌓아두고 5천원에 파신다. 그러면서 하나 더 넣어주셨다…아니 자선사업이세요?
집에와 한참을 다듬었다. 머리 속으로 계속 파 생각이다. 작년에 파를 다 들이 엎던데 올해는 괜찮은가. 파는 언제 파종해서 언제 수확해 먹는거지? 노지대파, 하우스 대파, 유기농대파는 가격이 어떻게 달라야 할까? 파테크라 한다지만.. 진짜 파 가격이 비싼걸까? 순수하게 계산했을 때 파는 얼마여야 할까? 질문은 둥둥 떠다녔지만 늘 그렇듯 답은 못내리고 ‘에효...’ 하면서 파다듬기를 마무리했다.
먹을 것에 돈을 안아끼는 편이다. 알고나선 더더욱 그러하다. 안아끼는게 아니라 못아끼는 것일지도. 당연히 그 값을 지불해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들이고 공들이는 과정을 생각하면 기꺼이 지불하게된다.
물론 가끔 속아서 화날때도 있다. 먹을 것 가지고 먹는 것에 공을 들이지 않고 디자인과 마케팅에만 공을 들인 것에 말도 안되는 가격을 지불했을 때는… ‘아니! 먹는 것 가지고 장난쳐?’하고 들이 받고 싶지만, 내가 또 몰랐구나. 내가 또 셈을 똑바로 하지 못했구나. 쓸데없이 호기심을 부렸구나. 하고 다독인다. 근데도 자꾸 불끈불끈 화가 나는 이유는, 정말 공들이는 분들은 거추장 스러운 것들의 가격을 낮추려고 하고 재료의 가격은 올라도 그 가격을 지키려 하는데, 그 사실을 존중하고 알아주는 사람은 쉬이 늘지 않는다 것 때문이다.
맛과 먹을 것에 대한 가치와 가격에 대한 고민에 계속 놓인다. 단순한 셈이 아니어서 그렇다. 또 제대로 된 셈으로 가격을 주고받고 싶어 그렇다. 대체 얼마를 받아야 하고 얼마를 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먹는 사람은 무엇을 알고 먹어야 하는가? 뭐 그런 고민에.. 난 임인년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혼란하다 혼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