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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65. 나물 2024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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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나물 끝자락에서



올해는 나물에 많은 집중을 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놓치진 않았지! 다음과 같은 걸 생각했다.



1. 쓴맛



올해는 유독 쓴 나물들을 몇몇 만났다. 나물 자체도 쓴맛이 있는 편인데, 이른 봄에 더워 그랬는지 지난 겨울에 눈이 너무 많이 와 그랬는지 유독 쓴맛이 독했다. 쓴맛이 특징적인 나물들은 어릴때 먹기보다는 넉넉히 키워서 줄기를 먹는다던가, 물을 넉넉히 하여 데친다음 차디찬 물에 쓴맛을 좀 빼주던가, 그도 안되면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조물조물 해서 먹는다.



건강에 좋다고 쓴 것을 우적우적 먹는 일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씀바귀나 고들빼기처럼 첫맛은 씁쓸해도 뒷맛이 달큰한 것은 괜찮은데, 마지막 맛이 쓰고 떫은 것은 그 나물이 자라기엔 환경이 맞지 않아 독이 올랐거나, 너무 커버려 더이상 먹을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 싶다.



옛날에 오가피 잎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아 큰스님께 여쭈니 ‘우리도 너무 쓴건 안먹어’라고� 그다음부턴 오가피는 줄기만�



2. 삶고나서 까매지는 현상



올해 유독 까매지는 나물을 많이 만났다.



첫번째는 삼잎국화. 전남에서 자란 삼잎국화인데 가져와 데치고 나니 색이 까매졌다. 혹시 싶어 소금을 넣고 데쳤더니 색이 파랗게 데쳐졌고, 그 뒤로 색이 까매지진 않았다. 가져와 열은 충분히 빠져있는 상태였고, 놔둔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데친거라 열에 의해 익어서 까매진 것 같진 않았다. 따뜻한 남쪽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미네랄이 밸런스가 안맞았나 하는 추측을 했다.



두번째는 취나물. 양평에서 보내주신건데 3일만에 어린잎이 익어버렸다. 이건 뭐 너무도 명확히.. 나물이 제 열에 익어버린것. 특히나 이번 봄은 따뜻하기도 해서 더 그랬는지도… 우리가 만지기엔 차가울지 모르지만, 새순은 뜨겁다. (아기��가 따뜻한거랑 같은 이치)



세번째는 곤드레. 평창에서 받은 것. 특히 곤드레는 검게 변하기 쉬운 나물이기도 한데, 소금을 넣어 데쳐도 까매졌다. 너무 양이 많아서 냉장고에 넣어뒀는데도.. 열에 익어서 그런걸까 별수작을 다 부려 데쳐도 검게 변했다. 이렇게 까매진 것들은 냄새도 좋지 않고, 원래 가져야 할 향미는 사라진 것이라 방법이 없다.



유독 이렇게 까매진 것들은 젖은 낙엽냄새가 난다. (먹기 그렇다;)봄의 초록은 엽록소 때문인데, 이 엽록소는 마그네슘으로 구성되어있고, 가을이 되면 이 엽록소(마그네슘)이 파괴되면서 단풍이 되고 낙엽이 진다. 까맣게 변한 나물들의 이유는 아마도 마그네슘과 관련된 것이라고 추정되는데, 내년에 좀 더 관찰해볼 예정!



3. 취나물의 거품현상



취나물은 특히 데쳐 씻을때 거품이 많이 난다. 아무리 씻어도 거품은 맑게 씻어 낼 수가 없다. 이 거품의 느낌은 콩 씻을때 미끈거리는 느낌과 비슷해 사포닌 성분때문이라고 추정중이다.



4. 나물과 최적환경 혹은 지리



나물도 잘자라는 환경이 있다. 작년엔 양지 음지에서 자라는 나물의 차이를 생각했다면, 올해는 물이 있고 없고에서 자라는 나물의 차이를 보았다. 미나리는 물을 좋아하는데 충분한 물이 있는 곳에서 자라면 달고 부드러운데, 물이 없으면 쓰고 질기다. 적당한 수분은 필요하다는 것. 나물이 저마다 원하는 햇빛과 수분양이 다르다. 강원도에서 맛난 나물과 전라도에서 맛난 나물이 다르다.



옛날엔 두릅이 작은게 좋은 줄 알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두릅은 사이즈가 큰것이 두릅의 맛이 난다 생각했다. 하지만…이제는 각지역에서 먹어야할 최적사이즈와 때가 다르지 않나하는 생각이든다. 전라도의 두릅은 너무 빨리 자라고 열이 많으니 되도록 빨리 먹는게 좋고, 강원도의 두릅은 천천히 자라고 열도 상대적으로 적으니 충분히 키워서 먹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이것도 내년에 한번더 관찰!



5. 나물과 기후



올해 이른 봄은 계속 더웠다. 냉이는 빨리 뿌리에 심을 박으며 꽃대를 올렸고, 나물들도 더운 여름에 자라기 바빠서 성장속도가 빨라 그랬는지 향이 그렇게 뿜뿜하지 않았다. 쓴맛이 튀는 것들이 몇몇보였고, 뭣보다 빨리 쇠어져 금방 거칠어졌다.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할쏘냐! 거칠어지면 오래 삶든지, 기름을 넣고 오래 주물주물 하던지, 그도 안되면 볶든지 해서 부드럽게 해서 먹는 걸로. 그래도 안되면.. 붙잡지 말고 보내주자�



해가 지나도 쉬워지는게 없다. 알겠다가도 미궁에 빠진다� 거만하게 나물 좀 하지 했다가도, 이건 왜 이래! 하면서 좌절하며.. ‘역시 겸손해야해’ 한다. 내년엔 나물앞에서 까불지 말자�



202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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