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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64. 묵나물에 대하여 II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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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은 지났지만, 묵나물에 대하여 II



잘 고르고 나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다. �불리기만 해도 충분하다. 불리지 않고 삶기도 하는데…동결건조처럼 말린 것들은 불리지 않고 삶아도 되겠지만, 천천히 말린것들은 충분히 불려야 줄기 중심부와 잎을 골고루 부드럽게 할 수 있다.



불려도 충분히 부드럽지 않으면 불린물 그자체로 한번 삶아주는데 이때도 쎈불 아니고 중약불. �쎈불로 삶으면 다 물러져버린다. 센불로 해도 안무른다 한다면 그것은.. 질겨서 못먹는 것일지도. 부드러워졌다 싶으면 뜨거운 물 그대로 잠시 놔뒀다가 식으면 꺼낸다. 하루지난 오뎅국 무가 맛이 배는 것처럼 뜨거울때 나온 맛이 다시 잎에 들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잘 불리고 삶은 나물은 꽉짜지 않(!)고 적당히 수분을 머금은 상태에서 먹기좋은 사이즈로 자른다. 수분을 너무 짜면 양념을 너무 많이 머금고 촉촉하지 못하다. 자른 나물을 볼에 담아 기름 한스푼 간장 한스푼을 넣고 조물조물 한다. not 바락바락.☝️질긴것들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쓴맛을 빼주기 위해서 바락바락하시는 것 같은데, 달고 부드러운 아이들은 바락바락할 필요없다.



이때 기름 한스푼, 간장(당연히 집간장) 한스푼 이라고 한것은 기본 양이고 나물에 따라 기름이 많이 필요한 나물과 기름이 별로 안필요한 나물에 따라서 가감한다. 기름은 고소한맛만 주는 것이 아니라 식감도 맛도 부드럽게도 해준다. 잎�이 넓고 쇠고 거친것들, 홍차처럼 검게 마른 것들이 기름이 좀 더 많이 필요하다.



기름의 적당량은 어느 정도냐면, 로션을 발랐을 때 많이 하면 얼굴에 다 흡수되고 남은것은 손에 끈적이게 남고, 적당양을 하면 얼굴도 충분히 촉촉하고 손에는 끈적임이 없는 것처럼. 기름도 조물조물 했을때 나물이 충분히 부드러워지고 손은 미끄덩하지 않을정도가 적당양이라고 생각한다. 기름의 종류는 참기름 들기름 구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대로! 현미유든 올리브유든 뭐든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맛의 결을 생각해서 조절하면 될것 같다.



소금쟁이인 나는 봄나물도 기름과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데 묵나물만은 집간장을 베이스로 한다. 햇빛에 마른 나물은 강력하여 그만큼 밸런스를 잡으려면 집간장 정도 되는 감칠맛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 진간장은 너무 달아서 잘 쓰지 않는데 취향에 따라서 그건 선택사항. 기름과 간장으로 조물조물하여 간을 본다.(이미 한번 익은거니까 먹어도 된다. 간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나는 마늘과 파 등등은 넣지 않는다. 나물에 마늘과 파를 넣으면 나물맛을 잃는다. 간혹 들깨가루 넣으시는 분들 있는데, 개인적으로 들깨가루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안넣지만 넣으려면 들깨가루를 불려서 적.당.량을 넣어 잘 어우러지게 한다.



그렇게 간을 맞춰 조물조물 해놓은 것을 볶는다. 그냥 먹어도 되겠지만, 기름과 간장과 나물이 한데 어우러지게 하고, 과한 수분으로 상하지 않게 하도록 하기 위하여 볶아줘야 한다. 이때도 약불에 두고 나물에 머금은 수분은 그대로 가지되 필요없는 수분은 날라가서 후라이팬 바닥에 기름만 남아 짜글짜글할 때까지 볶아준다.



이렇게 12가지를 하는일이 정월대보름이라니 명절보다 더 명절이다. 매해 하면서 왜그럴까를 생각하는데, 이제 더 없지 않을까? 싶어도 또 하다보면 왜그럴까가 생각난다는 것이 놀라움. �몇해 지나면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겠지만, 기고만장 썼다고 이불킥할지 모를일인데, 일단 요렇게 묵나물에 대해 끄적임으로 일단락 정리해본다. �



모두 해피 대보름 되셨길!�


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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