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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63. 묵나물에 대하여 I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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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은 지났지만, 묵나물에 대하여 I



정신없는 와중 올해 대보름은 갑자기 쓱 하고 지나갔다. �인스타 스토리에 올라오는 나물들 아니었다면 잊고 지나갔을지도… 알람 덕분에 부랴부랴 작년에 여행다니며 사둔 묵나물을 불려 나물을 했다. 사부작사부작 나물을 불리고 삶고 볶으면서 묵나물에 대해 생각한 것을 끄적여본다. ✏️



봄의 푸릇푸릇한 생나물도 손질하고 데치는 과정이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겨울의 묵나물은 뭔가 더 특별히 어렵게 느껴진다. �봄나물은 데치는 것이 어려웠다면, 묵나물은 딱딱한걸 부드럽게 하면서 쓰지 않게 하는 것이 어렵다. 그걸못해서 정보를 찾아봐도 불려라 마라, 압력밥솥에 해라, 한시간동안 삶아라, 밀가루, 설탕을 넣어라, 막걸리를 넣어라. 비린맛 빼게 마늘을 넣어라. 아수라장이다.



온갖 방법이 난무한 가운데.. 나는 나물이 어떤 때는 불리기만 해도 부드럽고, 어떤 때는 아무리 삶아제껴도 아리고 질기고… �도대체 가늠할 수 없어 망경산사 스님께 여쭤보니 스님은 불리시기만 한다고… �역시.. 고수는 달라… 내가 사는 나물과 스님의 나물은 무슨 차이가 있길래… 이렇게 고소하고 부드러움이 차이가 나는 걸까 살펴봤다.



우선… 채취할 때부터 부드러운 것을 채취한다. 고사리를 예를 들어보면 고사리를 꺾다보면 단단하고 질겨서 안꺾이는 부분이 있고 부드럽게 톡하고 꺾이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아깝다고 단단한부분까지 꺾으면 질기다. 다른 나물도 마찬가지. 스님들께서는 나물의 새순부터 2-3잎 정도하고 줄기부분을 톡하고 꺾어 채취하시는데 그러면 질기지도 않고 쓰지도 않다. 작거나 웃자란것을 따면, 아직 맛이 들지 않아 말렸을때 부서져버리거나, 웃자란 애들은 쓰고 떫고 질기다. 덧붙이면 막 뿌리거나 심은 나물보다는, 여러해 그자리에서 자란 나물들이 줄기가 굵고 덜 쓰게 자란다.�



다음! 채취해서 잘 삶아 잘 건조한다. 당연하고도 어려운 이 문장. 삶고 건조하는 것에 따라 나물의 상태가 푸르고 부드럽거나, 검고 질깃해진다. 작년 한해 ‘차�’를 배우면서 이 부분에 많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왜 어떤 나물은 푸르딩딩하고 왜 어떤 나물은 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찻잎이 가진 맛의 밀도와 수분, 덖고 건조하는 동안의 습도와 온도에 따라 녹차 황차 청차 홍차가 되어가는 것처럼 나물도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무슨 종류나 어떤 크기에 얼마나 자란 나물이냐에 따라서도 색의 연하고 진함이 있긴 하지만, 삶았을때 나물에 수분이 많이 안남아 있고, 말릴때 저온에서 건조하게 말리면 녹차처럼 푸르딩딩하게 마르고, 습하고 온도가 높으면 홍차처럼 검은빛이 돌면서 질깃하게 마른다. 고온건조하면 빨리 마르기는 하겠지만, 맛은 바이바이. 나물이 가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마를 수 있는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



그러니까 애초에 잘 따서 잘 말려야 한다는 이야기. �현실은 그럴 수 없으니 나물을 잘 사야한다는 이야기. 이미 줄기가 쇠어버린 것은 아무리 끓여도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줄기가 굵다면 껍질을 벗기거나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삶은 물에서도 쓰고 떫은 맛이 난다. 줄기가 충분한 비율로 있고 줄기가 굵은 것, 그리고 잎이 너무 부서져있지 않고 색이 맑은 것을 고른다. 녹차같은 나물을 살지 홍차같은 나물을 살지는 개인의 취향!


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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