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는 진짜 놀라운 요리다.
얼마전에 백반집에서 밥을 먹을 일이 있었다. 다른 분이 김치찌개를 시키셔서 맛을 보았는데, 이건 배추 매운찜이어야 하지 않을까? 할정도로… 배추가 너무 달큰하고 물러져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양념도 너무 달아서… 하아.. 슬프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들을 먹다보면 하나도 발효가 안 되어 있고, 너무 달고 양념이 너무 과하여 놔둔다고 해도 맛있게 익지 않겠다 싶어 이런 김치로 무슨 한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데.. 김치찌개도 점점 모양새를 잃어가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진짜 김치 맛있는건데� 김치찌개는 놀라운 음식인데!
계절마다 나오는 야채들로 김치를 담근다. 처음에는 양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그 레시피들을 모았는데, 사실 절여서 놔두기만 해도 발효가 되기에 지금은 잘 절이는 것에 신경을 쓴다. 염도를 알맞게 맞추고 충분히 절이는 동안 양념을 만드는데, 소금물 고춧가루 마늘 생강만 넣는다. 더 풍미를 좋게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안넣을수록 발효의 맛이 명확해 양념은 줄인다. 그렇게 버무려 놔두면 계절에 따라 저마다의 속도는 다르지만, 산미가 올라오면서 모든 맛이 잘 어우러지고 아삭아삭한 잘 익은 김치가 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원함은 최고다.
발효의 정점을 지나 더 푹 익어서 신맛이 더 도는 이때가 김치찌개를 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특히 이 신맛은 기름진 것과 잘 어울린다. 뾰족한 산미가 둥그래지고 느끼한 기름짐은 산뜻해진다. 그래서 같이 끓이는 재료로 돼지고기, 참치, 고등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나 싶다. 꼭 재료가 없더라도 들기름 한스푼을 두르면 더 풍미가 깊어진다.
육수를 따로낼 것도 없다. 맹물이면 충분하다. 부족한 간만 굵은 소금으로 맞춰준다. 레시피마다 추가로 파, 마늘, 양파가 써있는데, 양념이 들어갈 수록 시원한 맛이 부족하게 되니 더 넣진 않는다. 이대로 끓이다 적당히 끓은 시점에 불을 꺼서 살짝 식힌다. 온도가 떨어져야 맛이 더 배어 들어기에! 여기에 흰밥, 김만 있으면 김치찌개는 순삭이다.
바쁠때 이만한 음식이 없다. 잘 만들어둔 김치만 있으면.. 그냥 끓이면된다. 맛도 이만한 음식이 없다. 야채가 발효하면서 만들어진 감칠맛과 시원한맛 적당한 산미 후끈함…질리지도 않는다.
발효하지 않은 일반 재료로는 이 맛이 절대 안나온다. 발효하지 않은 배추는 익히면 너무 달큰하고 무엇보다 무르다. 김치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산미는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데, 산미를 내기 위해 넣은 양조 식초는 쉽게 질린다. 양념을 아무리 조합해도 발효해 나온 김칫국물맛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국물만 있음 볶음밥도 하고 국수도 말아먹고…김칫국물 소듕해❤️
김치, 물, 소금, 부재료만 있으면 되고, 누구는 오래끓이라 그러는데 맛난 김치는 15분만 끓여도 충분하다. 이렇게 질리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맛이 나는 효율적인 요리가 있나 싶다. 이런 요리는 되도록 본질이 지켜졌음 좋겠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자꾸 변해간다.�
맛난 김치찌개 먹으려고 매 계절 김치를 담는다. 늙은호박김치찌개, 고구마줄기 김치찌개, 열무 김치찌개, 알타리무 김치찌개, 백김치찌개.. 휴. 이밤에 침고여� 제대로 김치를 만들자. 이 놀랍고도 신기한 질리지 않고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기위해!
2025.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