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것이 가장 건강한 맛이다.
얼마전 동생이 부탁을 했다. 지인이 아픈데 좀 건강한 반찬을 해줄 수 없냐고. 아직 나물이 많이 나오는 시즌은 아니라 아쉽지만 있는대로 배추, 당근, 버섯, 시금치를 잘 익혀 소금과 기름에 버무려 보냈다. 보낸김에 동생네 것까지.
동생지인도 동생도 다 맛나다고 해서 좋았지만, 뭣보다 조카가 야채를 싹싹 비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역시 그렇지?’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른들은 맛없는 것도 건강하다고 하면 맛있다고 하고, 자극만 가득한 음식을 맛있다고 하니 ‘건강한 맛이네요’ 하면 맛있다는건가 아니라는건가 아리송한데, 아직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은 아이들을 얄짤없다. 건강이고 자시고 맛없으면 안먹고, 맛있으면 먹는다. ‘다행이야� 맛이 있었나봐‘
요즘 건강이 이슈다. 아픈사람이 많은건지 아니면 방송에서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건지 지겹고 지겹던 조미료 세상이 끝난건지 알 수 없지만,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맛 없어도 건강생각해서 먹어요’ 라던가. ‘맛있으면 가속노화 된다’ 던가 맛과 건강을 따로 이야기 한다. 왜 건강과 맛은 별개인데! 건강과 맛은 함께지!
인간은 그렇게 조악한 크리쳐가 아니다. 맛있음이라는 본능에 끌려 나름 합리적인 음식들을 전통요리라는 이름으로 남겨왔다. 온 감각을 열어 예민하게 몸의 반응을 느껴가며 쌓아온 결과물이다. 몸이 필요로 한것은 본능적으로 땡기게 되어있고, 그것을 우리는 추구해 왔는데… 건강한 것이 맛없는 것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본다. (자극은 맛있다고 하면서…�)
재료를 너무 단편적으로 보는거 아닌가? 오늘도 공간에서 쌀밥을 지었지만, 같은 쌀이라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충분히 불리고, 불을 잘 써 익힌 밥은 단맛이 돌고 식은 후에도 맛있고, 냉장고에 넣어놔도 상태가 좋다. 많이 먹어도 뱃속이 편하다 하심. 하지만 전기밥솥에 지은 밥은 금방 말라 딱딱해지고, 안불리고 지은 백미는 속까지 안익어 밥냄새가 정말 별로다. 같은 쌀이라도 조리 과정에 따라 이렇게 맛, 향, 식감이 다른데! 소화느낌이 다른데! 같은 영양소를 낸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물론 초가공식품 보다야 나을 수 있고 안먹는것보다 나을 수 있겠지만 건강하니까 맛없는 것을 억지로 먹으라는것은 좀 바꿀 필요가 있다. 그 맛없는 콩도 어떻게 익히느냐 무엇이랑 같이 먹느냐에 따라 맛이 있어지고, 소화가 편해지는데, 그냥 먹는다는 행위로 건강해진다고 하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가장 럭셔리한 것은 가장 편한것이다 라는 안성재셰프의 말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 가장 건강한 맛이다 라는 말을 생각해 봤다.
건강도 입이 즐거워야 건강이다.
2025.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