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현 Jul 04. 2021

젊은 정치인의 역설

진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금 공당의 대표가 된 젊은 사람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몇 달 전에 본 적이 있다. 대화의 흐름은 대충 이렇다.


출연자 중 한 사람이 "여성은 선천적으로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없다"라고 말했던 하버드 대학 총장의 일화를 소개한다. 이 사람은 미국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으로 총장직을 사퇴했는데, 미국 페미니스트들은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말 자체를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의 여성우대 정책은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유튜브 프레스18 채널의 '롤은 사실 남자가 더 잘한다고?' / 매일신문

다른 패널이 말을 받는다. 남녀 지성의 평균적인 수준에는 차이가 없지만, 수학과 과학 분야의 0.1%는 모두 남자라고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나면 최상위에는 남자가 남는다고 말한다. 그러자 그 일화를 소개한 사람이 "그 총장은 재무장관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인데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때문에 사퇴하고 말았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1분 가량의 짧은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구토감을 심하게 느꼈다. 지금 다시 봐도 그렇다. 이 영상을 다시 찾아본 것은 미국의 어느 회계학과 교수의 여성 제자 3명이 같은 해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1위에서 3위를 모두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서다. 이 책은 차별 문제를 다루는 책은 아닌데, 내가 읽은 부분에서는 개인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직 당대표가 아니었던, 그 사람이 출연한 영상 속 짧은 대화에는 여러가지 맥락이 읽힌다. 그 대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고 본다. 예를 들어 수학과 과학분야 최상위권에 남성이 많이 관찰된다는 것은 남녀의 선천적인, 혹은 뛰어넘을 수 없는 능력차이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여성을 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부정의이다.


이 짧은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나로선 무의미해보인다. "페미니스트들은 남녀가 다르다고 하면 화를 낸다"고 말하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청년 정치가로 주목받는 그를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실감한다.


지금 사회의 좋은 가치를 잘 보전해서 이어가려는 입장을 정치적으로 보수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사회의 구조를 고착시키는 것을 보수라고 여기는 것일까. 


혜택받은 사람들이 이룬 성취를 능력의 차이로 정당화하는 것, 그리고 그 차이가 만드는 차별의 순환고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사회계층을 계급화해서, 착취를 정의로 포장하고 여기에 반발하는 이들을 위험세력이나 범법자로 낙인찍는 것.


나는 이러한 행태를 일삼아 자기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을 극우라 부른다고 알고 있고, 젊은 당대표의 행보가 이에 부합하지 않는가 하고 자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민낯이고, 그 얼굴을 매일 마주하면서 도대체 이 흐름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또 자주 생각해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