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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n 06. 2022

새로운 공정성을 정의하라

웹3 서비스 설계에 관한 메모: 기존 시장의 한계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 블록체인, 웹3, 암호화폐를 더 알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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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이용하는 데에 있어서, 이용자 입장에서의 공정성만으로 서비스의 수준과 사용성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즉 각자가 가진 자원, 자본, 지식의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기획한다고 해서, 그게 저절로 ‘좋은 서비스’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비스는 서비스 자체로 유용하거나 의미 있으면서도 다른 서비스들과 구별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의 한글이 한자 중심의 조선 왕조에서 수백 년을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쉽게 배울 수 있고(유용성), 민족정체성을 담고 있으며(의미), 소수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더 가까이 있었다(차별성). 만약 배우기 어려웠거나, 남의 나라 문자이거나, 공자왈 맹자왈 하는 엘리트들의 또 다른 지식 장난감이었다면 한글은 금세 사라졌을 것이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유용성, 의미, 차별성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사람들의 눈에 띄는 일조차 어렵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된다.


공정성은 웹3의 새로운 브랜드다


그러나 기존의 웹서비스, 금융 시장의 새로운 선택지이자 대체재를 지향하는 web3는 공정성이 담보될 때 브랜드 가치가 커진다. 브랜드 가치가 커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뚜렷한 매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자리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열려 있다. 금융시장도 그만큼 공정하게 접근 가능한가?

새로운 기회는 그것이 더 정의롭게 보일 때 사용자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 금융 시장이 상대적으로 자본 수준이 낮은 이들에게 두렵고 낯선 존재로 보이는 상황에서, web3가 진입장벽이 낮고 좀 더 친숙한 주제에 관해 투자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web2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구조의 변화를 더 촉진시킬 것이다.


기존 시장의 불공정성이란 뭘까? 모든 시장 행동자들은 수익추구를 기본 행동원칙으로 삼는데, 의도적으로 잠재고객을 불공정하게 대할 까닭은 없다. 그들은 우선고객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다른 고객군을 소외시킨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은 큰 자산을 가진 고객을 선호한다. 그리고 더 적은 노력으로 상품을 이해하고 구매하는 고객을 선호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수익을 더 키우기 위해서, 후자의 경우에는 상품설명을 포함한 홍보에 적은 비용을 들이기 위해서다.


기존 금융 시장의 한계로부터 알 수 있는 것


기존 금융에 관해 소외가 일어나는 이 두 지점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규모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의 단위비용이 크기 때문에 자산이 적은 이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적은 자산으로는 큰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서부터, 헷징이나 수익창출 경로 다양화를 위한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는 지점에까지 나아간다. 더 큰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기업 투자 역시 적은 자산으로는 참여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상품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은 복잡계다. 복잡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상당한 노력을 통해 추세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남대문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주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가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바쁜 자영업자에게 배울 시간이 있을까?


우선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가게 운영을 위해 하루 종일 일하는데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두 번째는 완전히 다른 맥락의 내용들을 차근차근 학습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어렵다. 혼자서 차근차근 배우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면 과외를 받아야 할까?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근사해 보이는 취미를 갖고 싶어 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마는 사이클과 완전히 동일하다.


투자회사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갖고 있고, 각 상품의 명세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로 가득하다. 모든 투자에는 손실 발생위험이 들어 있다. 바로 그 위험성 때문에 사람들은 당좌예금이 아닌 뮤추얼 펀드를 구매하려고 하지만,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투자를 권유하는 기업들은 고객이 돈을 잃어도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투자권유자의 말을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기회와 위험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간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과 교육수준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결국 투자 선택을 내릴 수가 없게 된다. 반대로 당신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개미라면, 당신의 투자금은 다른 누군가가 이익을 얻는 지렛대로 소모될 뿐이다.


개방형 금융 시스템으로서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공정성


블록체인 기반의 웹3 금융시장은, 따라서 적은 규모의 자산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기존 시장을 따라 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없다.


기술은 혁신의 출발점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외면받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웹, 새로운 인터넷의 미래를 구상하는 사람이라면 기존 시장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에서는 가치가 데이터의 형태로 유통되고, 본질적으로 가치의 크기는 데이터의 한 가지 타입에 불과하므로 자산의 규모, web3라면 암호화폐의 보유량과 무관하게 web3 금융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복잡하고 난해한 금융 시장 그 자체다. 만약 난해한 금융시장을 새로운 고객들이 이해하기를 바란다면, 다시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새로운 금융시장의 고객을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 첫 번째는 가장 널리 알려진 접근, 바로 교육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어디까지나 참여자들의 자발성이 담보될 때에만 효과가 있다. 투자 자체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교육을 권한다고 그들이 과연 참여하게 될까? 의심스럽다.


학습은 만능 솔루션이 되지는 못한다


두 번째 접근은, 그들이 두려움을 갖지 않는 데서부터 새로운 금융을 시작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 유무형의 잠재적인 손해가 예상될 때 생기는 반응이다. 두려움 없는 접근을 위해서는 따라서 익숙한 것, 혹은 뚜렷한 이익이 눈에 보이는 것을 제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익숙한 것이라면 예를 들어 대중문화 콘텐츠, 널리 알려진 브랜드나 사람과 관련된 무언가를 꼽을 수 있고, 눈에 보이는 뚜렷한 이익이라면 예를 들어 ‘걷기만 해도 코인이 지급된다’는 보상 구조를 예로 들 수 있다. 실제로 전자는 NFT, 후자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통해서 블록체인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web3가 뚜렷한 이익을 제공하는 또 다른 접근


뚜렷한 이익이라는 측면에서는, 토큰이나 암호화폐를 통한 수익창출이 아닌 주관적인 만족을 증진시키는 방식의 접근도 가능하다. 기존의 금융 시장은 법정화폐 중심의 이익 창출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web3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의 역동성이나 참여 규모 자체로 가치가 새롭게 형성된다.


커뮤니티가 커지면, 특정 플랫폼의 토큰 가격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는 분명히 투기적인 속성이 어느 정도 섞여 있지만,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 자체가 곧 잠재적인 부를 창출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속성이 블록체인이라는 개방형 금융 시스템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구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어떤 web3 서비스가 당장의 금융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자기 자본을 스테이킹할 것이다. 말 그대로 말뚝을 박고 자신의 영토를 표시하듯이, 그곳에 머무름으로써 플랫폼의 성장을 함께 견인할 것이다.


2022년 현재 웹3는 1995년의 인터넷 도입기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web3 금융은 양화된 화폐 중심이 아닌 이용자의 직접적인 참여를 가치창출의 원천으로 삼고, 이로부터 참여자들에게 이익을 담보하는 새로운 형태로 나아간다. 이러한 방향을 원칙으로 삼고 web3 서비스를 설계한다면, web2가 초기의 장밋빛 전망 즉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공정하고 호혜로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지금과는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형태의 공정성을 중요한 기조로 삼고, 초기 web3 세계에 뛰어드는 빌더가 늘어난다면, 앞으로 실질적이고 분명한 공정성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생생한 사례 또한 충분히 많아지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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