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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Apr 13. 2017

대한민국 보통 여자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어렸을 적, 아버지가 집에 늦게 들어오실 때 즈음, 나는 어머니에게 숱하게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반복해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들은 생각은 "어머니는 대단하다", "이제는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시금 이 타국에서 듣는 것 같았다. 삼촌들을 모두 대학 보내시고, 당신은 나와 동생이 독립할 때 즈음 대학 졸업장을 따셨다.


사회는 매일 진화한다. 그러리라 믿는다. 많은 제도가 우리의 평등을 대변해주기 위해 생긴다. 하지만 의식적인 평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사회에서 지양해야 할 성격으로 암묵적인 합의 아래 차별을 받는다. 남성/여성 차별은 그러한 차별 중 가장 큰 규모의 차별이다. 


지영이가 살아온 삶의 옆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여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나에게  있어 매 순간 지영이가 겪어온 순간에 내가 개입할 여지는 있었지만, 그 개입은 모두 피동적이었을 뿐 모든 사회적 구조에 대해서 고쳐야 한다라는 의식적 행동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다양한 부류의 책을 읽으면서도 그러한 경우에 대해서 자각은 했지만, 크게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한 것 같다. 소설 속의 김지영 역시 분노를 느끼고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우리에게 그다음 행동을 맡기듯이...


근 몇 년 사이 계속 불거지는 여성 혐오 논란을 보면서 솔직히 말해서 매번 짜증이 앞섰다. 그들이 느꼈던 현실이 나의 여동생, 나의 어머니가 느꼈던 현실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들이 지르는 비명이 하루 벌어먹기 살기에도 다급한 마음에 그나마 가지고 있던 여유를 위협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인지라 그랬던 듯싶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누르고 이제는 더 들어보려 한다. 잠깐의 그 비명을 참아내고 우리 모두가 동일한 기회를 부여받는 사회가 왔을 때의 행복은 더할 나위 좋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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