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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Apr 15. 2017

처음엔 불편했던 그녀들의 언어.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를 읽고 

출처 : 허핑턴 포스트

지난달에 출시된 모 편의점의 도시락이다. 이 도시락은 출시 이후 여혐 논란에 쌓인 적이 있다.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킨다라는 이유였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케터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여성 혐오"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처음 추천받은 책이었다.


첫인상은 매우 불쾌함.


저자는 처음부터 뚜렷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솔직히 처음 읽는 느낌은 거의 억지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어떤 부분이 사회가 잘못되었고, 그리고 남자로서 어떤 혜택을 받고 자랐는지 였기 여성의 시각으로 듣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에 저자분이 여성의 입장을 "비명 지르는 것"으로 묘사를 한 이후, 책 읽는 목적을 "여성은 이 사회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처음보다는 덜 거부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주위 여성 분들에게 물어보았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내내 거북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여성분이 처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거북한 것이 아니었다. 타협이 없는 것 같이, 마치 끊임없는 남북 대립인 것 마냥 각을 세우는 저자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먼저 알아봐야겠다 싶어, 주위 여성 분들에게 대놓고 조금씩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여성분들이 느끼는 차별의 온도는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그들이 공유하는 사실이 있었다. 바로 남자인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차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들을 모두 사례로 정리하는 것은 어려우나, 대략 정리를 해면 대부분 문화적인 배경에서 오는 무의식적인 차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스럽다"라는 표현이 그러했다. 암묵적으로 문화가 규정하는 여성상을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하는 표현이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차별은 생물학적 근거보다는 확실히 문화적인 근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거부감이 느껴지는 책, 하지만 이해는 간다.


항상 살면서, 왜 남자는 강해야 하지? 남자는 왜 화장하면 안 되지? 왜 남자다워야지? 왜 내성적이면 안되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평등이란 것은 특정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능력에 적합하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평등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모두 무시하고 특정 시대적 상황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 어떠한 의심 없이 전승되어 왔을 때 이는 문화라는 이름으로 특정한 현실적 근거 없이 차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 암묵적으로 남성으로서 이득을 받아온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우리에겐 공감, 그리고 대화가 필요하다.


저자는 말이 안 통하면 끊어버리는 스킬을 권하기도 한다. 당연하다. 상대방의 삶을 뒤집어서 (본인이 생각하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어느 누구에도 이는 강요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회는 분명 남성, 여성, 그리고 LGBTIQ들이 한 데 어울려 살고 있는 곳이다. 어느 누군가의 자발적인 대화의 시작 없이는 결국 분열이 발생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런 시작을 어느 한 명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희생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에겐 모두 언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화가 필요하다. 상대 없는 언어는 비명만으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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