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담배 냄새를 맡으면 촬영장 생각이 난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쉼 호흡이 필요할 때마다 담배를 피우던 출연자를 담당하게 되면서 항상 그 옆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담배를 싫어하던 나도 시간이 흘러서는 출연자를 릴렉스 시킬 때마다 “담배 한 대 피실래요?” 라고 먼저 권유하기도 했다.
“담배 안 피우면 어떻게 되요? 많이 힘들어요?” 라는 나의 물음에
“담배를 안 피우면 내 안의 화가 자꾸 나오는 데 담배를 피우면 마음에 안정이 되요.” 라고 말을 하는 출연자도 있었고 “방송을 잘 하기 위해서 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담배가 필요해요.” 라고 이야기 하는 출연자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우는 출연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같은 담배여도 출연자들 별로 모습은 다 다양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많은 경력의 탑급의 어느 연예인분은 평소에도 소문난 좋은 인성답게 담배 피울 때도 예의가 있었다. 아무도 그가 어느 곳에서 담배를 피든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담배를 태웠다. 그는 담배 연기조차 다른 사람이나 허공에 조차 내뿜지 않고, 고개를 숙여 어느 풀숲에 연기를 숨기며 내뿜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음에도 말이다.
“오빠 왜 여기 구석에서 담배 피우세요. 편히 피우셔도 되는데...” 라고 마음이 쓰여 말을 해도 연신 괜찮다고 손 사레를 칠뿐이었다.
반면에 어느 연예인은 실내 금연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대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매니저는 페브리즈만 거의 한통을 대기실에 뿌렸다. 그 대기실 문을 열 때면 담배 냄새와 방향제의 향이 섞여 매캐한 냄새가 났다. 들어갈 때마다 기침을 안 할 수 없었다. 그 연예인과 함께 했던 다른 작가에게도 들어보니 그 연예인은 어느 프로그램에 가든 실내 대기실에서 그렇게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대기실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밖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연예인은 밴에서 내내 담배를 피웠다. 덕분에 리딩 (* 촬영 전에 작가가 촬영 내용에 대한 흐름을 설명해주는 것)을 하기 위해 함께 밴에 탈 때면 차 내부에서 이미 담배에 찌든 냄새가 났다. 그 차에 탈 때면 항상 숨을 크게 쉬고 타야만 했다.
보통 담배를 피우는 작가들이나 피디들은 출연자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친해지기도 하고, 애기를 많이 하기도 한다. 반면에 나는 비 흡연자인 탓에 담배를 피우는 그들의 얼굴을 좀 거리를 둔 채로 바라볼 뿐이었다. 처음에는 담배 냄새를 가까이 하는 것조차 싫었으나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건지... 간접흡연을 하게 되더라도 담배를 피우는 출연자 곁에서 있게 되었다.
막내 작가시절 나에게 계속 담배를 권했던 작가 언니가 있었다.
“한 번만 피워 봐! 제발 따악!! 한 번 만.” “한 모금만 빨아 봐”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술만 마시면 계속 나에게 담배를 권하는 메인 작가님이었다. 그럴때마다 계속 거절의 거절을 거듭하다가 정말 딱! 한 모금 담배를 피웠다가 몇 십 분을 내내 기침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담배 피울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엔 일을 하던 중간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크게 한숨을 쉬어도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쐐도 생각이 정리 되거나 가슴에 답답함이 풀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촬영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출연자들 제작진들의 얼굴을 볼 때만 여러 애환이 느껴진다.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점차 안정되어 보이는 그들의 표정을 보며...지금 피우는 담배의 힘은 몇 시간이나 갈까..생각하곤 한다.
요즘엔 나도 그들을 따라 밖에서 ‘비눗방울’ 이라도 불어야 하나...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