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속가능 경영의 성공 열쇠

인재 혁신을 통한 미래 경영전략

by 심준규 Jace Shim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균형 잡힌 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어떤 완벽한 지속가능성 전략도 이를 실행할 구성원들의 동참 없이는 무의미하다. 오늘날 기업들이 맞닥뜨린 빠른 변화와 다양한 세대의 공존 속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실제 적용 가능한 세 가지 조직 혁신 전략을 알아보자.


현장 주도형 혁신 생태계 구축

지속가능성은 책상 위의 계획이 아닌 현실에서의 실행이 핵심이다. 그러나 상당수 조직이 경영진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해 실제 업무 현장과의 괴리를 만들어낸다.


세계적 식음료 기업 네슬레(Nestlé)도 비슷한 고민을 겪었다. 중앙 집중식 지속가능성 관리로는 각 사업장의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한계를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네슬레는 '지속가능성 혁신 허브(Sustainable Innovation Hub)'라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모든 구성원이 환경·사회적 개선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업무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과 개선안을 자발적으로 발굴한다. 포장 설계자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생산 책임자는 에너지 낭비를, 운송 담당자는 비효율적 배송 경로를 개선하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접수된 제안은 평가 후 승인되면 소규모 예산과 실행 시간을 배정받아 신속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네슬레의 이런 접근은 지속가능성을 추상적 슬로건에서 일상의 구체적 행동으로 바꿔놓았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대신, 구성원들이 직접 문제를 찾고 해결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자신만의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포장재 플라스틱 절약,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의 성과와 함께 구성원들의 몰입도와 만족감도 크게 증가했다.


현장 체험 중심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

많은 조직이 지속가능성 교육을 단발성 세미나나 의무적 워크숍으로 운영해 실제 업무 역량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론 중심이 아닌 실제 경험을 통한 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구성원들이 환경 보호라는 기업 철학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일터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경영진은 기존의 교육 방식 대신 '환경 현장 근무(Environmental Internship)' 제도를 개발했다. 직접 환경 문제 현장에서 일하며 솔루션을 찾는 과정이 가장 강력한 학습 도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환경 현장 근무 제도는 구성원들이 최대 2개월간 기존 급여를 유지하면서 환경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상품 기획자는 바다 플라스틱 오염 대응 현장에서 일하며 재활용 소재의 실제 활용법을 체득하고, 홍보 담당자는 기후변화 대응 단체에서 효과적 메시지 전달 기법을 습득한다. 공급망 관리자는 친환경 농업 현장에서 지속가능한 원료 조달의 실상을 경험한다.


현장에서의 직접 경험은 강의실에서 얻을 수 없는 깊은 깨달음을 안겨준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복귀 후 이 경험을 자신의 업무에 적용한다. 한 상품 기획자는 환경단체 경험을 바탕으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신제품 라인을 개발했고, 홍보 담당자는 제품의 환경 영향을 솔직하게 공개하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지속가능성 역량 개발이 일방향적 정보 전달이 아닌, 직접 체험을 통한 학습과 적용의 순환 과정이어야 함을 입증한다. 이런 방법은 구성원들이 환경 문제의 실체와 해결 의지를 몸으로 느끼고, 자신의 일터에서 실제적 변화를 창출할 방법을 발견하게 한다.


세대 통합형 협업 시스템

현재 대부분의 조직은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는 환경이다. 각 세대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점, 업무 스타일, 의사소통 방법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이런 차이를 갈등 요소가 아닌 혁신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BMW의 경험은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어떤 도전을 가져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BMW는 심각한 세대 간 시각 차이로 인한 갈등과 소통 장벽을 경험하고 있었다.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지만, 신세대 직원들은 환경 친화성과 디지털 혁신을 더 중시했다. 이런 가치관 차이는 제품 개발과 의사 결정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혁신 속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BMW는 '세대 통합 혁신 협력(Cross-Generation Innovation Partnership)'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5년 이상 경력의 선배 엔지니어와 3년 미만 신입 직원이 팀을 이뤄 미래 교통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선배는 기술적 노하우와 실무 경험을, 신입은 환경 의식과 디지털 감각을 서로 나눈다.


협력 과정에서 핵심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개방적 대화다. 선배 엔지니어들은 젊은 세대의 환경 문제에 대한 진지함을 이해하게 되었고, 신입 직원들은 자동차 산업의 복잡한 현실과 단계적 변화의 필요성을 배웠다. 각자가 중시하는 가치와 그 이유를 이해하는 과정이 협력의 토대가 되었다.


프로그램의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 팀은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혁신적 내장재를 개발했고, 다른 팀은 에너지 효율을 대폭 개선한 전기차 냉각 기술을 창안했다. 더 중요한 성과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부서로 돌아가 세대 통합 협력 문화를 전파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은 다양한 세대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공동으로 우수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켰다.


지속가능한 미래, 사람이 만드는 혁신

앞서 검토한 세 가지 조직 혁신 전략은 지속가능 경영 성공의 핵심 요소들이다. 네슬레의 사례는 현장 주도형 혁신이 어떻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지 보여준다. 파타고니아의 현장 체험 제도는 실무 중심의 맞춤형 역량 개발이 구성원들의 진정한 이해와 실행력을 어떻게 높이는지 증명한다. BMW의 세대 통합 협력은 다양한 세대의 시각이 어떻게 창의적 해결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실증한다.


사람 중심의 혁신은 단순히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넘어 조직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구성원 만족도와 정착률 향상,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 창출, 비용 절약과 효율성 증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객 신뢰도와 시장 지배력 확대로 나타난다.


각 조직은 자신만의 상황과 고유한 문화에 적합한 사람 중심 혁신 전략을 기획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첫 발걸음을 떼는 것이다. 현장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실무 중심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세대 간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드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경적,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미래 조직들에게 사람 중심 혁신은 필수 요소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건설하는 여정에서 진정한 주역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지속가능 경영 성공은 사람에 달려있으며, 사람 중심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조직만이 미래의 선도자가 될 것이다.


*이 글은 머스트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은 해당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mustnews.co.kr/View.aspx?No=362827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소기업을 위한 ESG 경영 실전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