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교 시절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오는 시절
어린 시절의 나는 늘 허전했고 예민했고 생각이 복잡했고 불안했다.
형제자매 없이 혼자 자란 탓도 있겠고 친구들과는 달리 연세가 엄청 많으신 부모님이었기에_중1이던 13살에 아버지는 환갑잔치를 하셨다_ 완전한 소통 부재인지라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고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것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아마도 후자가 80퍼센트는 된다고 본다.
그 와중에 평안한 집중의 시간은 책을 읽을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혼돈의 시기였다.
그 옛날 무남독녀가 귀하던 시절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주목은 받았고
말도 별로 없는 애가 늘 홀로 있거나 아니면 다른 아이들을 따라는 다니는데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는 않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티를 살짝 내보이기도 하며 뒤에서 아이들을 조종하다가는 어느 날은 또 있는 듯 마는듯한
참 한마디로 단정 짓기에는 복잡한 아이였다.
조용했지만 누군가가 나보다 더 주목을 받는다거나 하면 그것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끌어내려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생활에 생기가 없었다.
뭔가 휑한 텅 빈 삶
맹목적인 삶
추구하는 것도 없고 목표도 없고 재미도 없고
정도 없고 이 세상에 나 혼자,
그런데 혼자인 자신 스스로도 삶 자체를 인식 못하고 그저 좀비처럼 멍하게 산 듯하다.
6학년 때의 일인데 그 일을 생각하면
참 슬퍼진다.
학교 전체를 빙 돌아가며 아름드리나무들이 서 있었는데 가을이 되기 전에 그 나무들에서 길이 한 15센티정도 되는 가는 줄기들이 학교 마당 가득 떨어져서 학교 인부 아저씨들의 골칫거리였었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이 그 줄기들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한 묶음씩 모아 고무줄로 묶어서 많이 모으는 게 무슨 딱지 대장들 딱지 모으기 마냥 유행처럼 번졌다.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방과 후에 교내를 빙빙 돌며 주워 모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타깝고 허무하다. 그게 뭐라고 방과 후 조용한 교정을 아무 말도 없이 고개 숙이고 몸을 구부려 줍고 다녔는지... 그거 모아서 뭐하겠다고.
그때 방과 후 주우러 다니던 때의 기분, 서서히 해가 지던 조용한 교정, 분위기가 지금도 생각난다.
아마도 뭔가 허전하니까 몰입해서 할 것이 필요했나?
슬퍼진다 또.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처럼 마음에 중심이 없던 아이들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내 짝꿍도 안 했었다. 그 아이는 반장이었는데 늘 공부하고 책 읽고 하던 아이였다.
매일같이 가방에 계림 문고 책 서너 권씩 넣어 다니며 내게도 읽으라고 줘서 덕분에 1년 동안 책을 많이 읽었고 엄마께 여쭤서 나도 책을 많이 구입하곤 했었다.
초등학교 생활은 늘 낯설었고 나와는 별개의 세계였다. 성적이나 친구 같은 것들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은 내가 그 세상에 살았었나 싶은 시절이다. 기억이 없다.
그러다가 중학시절부터 공부하기 시작했고 친구들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내게 어린 시절은 암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