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동창회 참석
난생처음 동창회라는 곳에 참석했다
그것도 내 동창회가 아닌 남편의 동창회에 끼어.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동문들이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 정도인 대전에 모여서 하는 산행 일정을 잡아 세시간반 가량을 걸었다.
장소는 계족산의 장동산림욕장.
남산 둘레길과 거의 비슷한 코스인데 독특한 점은
초입부터 끝까지 촉촉한 황톳길을 길 한쪽으로 너비 1미터 가량 만들어놓고 매일 급수차가 물을 뿌려서 그 촉촉함을 유지시켜 맨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점이다.
내려오는 길에 물을 뿌리며 올라가는 급수차를 보았다. 막 물을 뿌린 황톳길로 올라가는 젊은 커플은 길이 미끄러워서 연거푸 어머나를 연발하며 꼭 붙어 걷고 있었다.
초입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어 가방에 구겨넣고
바지도 조금 걷어 올리고 걷기 시작했다.
폭신폭신 발가락사이로 황토가 비집고 나오는 느낌이 좋았다.
지루하지 않도록 오른쪽 길과 왼쪽 길을 번갈아가며 황톳길을 만들어 놓아 산 이쪽 저쪽을 두루 볼 수도 있다.
나무가 많아 걷는 내내 그늘이 져서 모자도 거의 필요치 않고 풀숲이 아니니 굳이 더운 긴바지가 아니라도 된다.
한참을 오르다 중간 지점쯤에는 앉아서 발을 담글수 있도록 가로 세로 2m×5m 가량의 시원한 물로 채워놓은 세족장도 있다. 잠시 앉아 발을 담그니 산속 계곡물을 끌어 올려서 만든 것인지라 아주 시원했다.
잠시 쉰 후에 다시 시작, 크게 한바퀴 돈 후 다시 세족장으로 돌아오니 토,일 주말에는 오후 세시부터 세족장 옆 공연장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있단다. 사전 연습중인 성악가들이 목소리를 고르고 있었다. 이런 기분좋을데가 있나.
앉아서 느긋한 감상시간을 조금 갖고
식당 예약 시간이 지나 다들 내려왔다.
식당에 앉아 동창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 황톳길 산림욕장을 만든 이가 고교 선배란다.
말하자면 자수성가하여 사회환원차 이곳을 조성해놓고 모든이들이 즐길수 있도록 해두었단다. 계속해서 황토를 깔고 급수하고 관리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던데 2006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게 대단하다.
전국에서 모인 고교 동창들,
서로 다른 반 친구들이 거의 40여년만에 만난것이니 이름은 물론 얼굴도 서로 모를 수 있다.
돌아가며 존댓말로_웃겼다_ 혹은 반말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며_ 남학교다. 얼떨결에 나도 떠밀려 여학우라며 자기소개를 시킴당하는 유쾌함도_ 그 옛시절을 떠올리고 50대중반의 나이가 갖는 느긋함과 기분좋은 농담들속에 모두들 옛날로 돌아가는듯 보였다. 부부동반이라고 해도 따라온 부인들은 나를 포함 달랑 세 명, 한쪽에 몰아 앉아서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기분좋은 웃음이 얼굴에 계속 머물렀다.
계속된 재미난 건배사와 불쑥불쑥 나오는 기분좋은 농담속에 식사를 마쳤는데 아까 말한 황톳길선배가 불쑥 나타나 인사를 해오고 식사비를 계산하고 갔다. 깜짝 출현.
기분좋은 산행이어서 다음에 또 가자고 이야기했다.
다음에는 시간을 잘 맞춰서 공연도 끝까지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짜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