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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 '에벤에셀 하나님' 반주 수정 보완 작업기록

살짝 주는 변화만으로도 바뀌는 곡의 분위기에 대한 탐구

2018년 8월에 출판된 빛나라 '더 은혜론 성가 3'에는 신상우 편곡 '에벤에셀 하나님'이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이미 수많은 한국교회 찬양대에서 불린 명곡이다. 따라서 '쉬운 성가' 컨셉으로 출판한 해당 찬양곡 집에 넣기로 결정되었으나, 원곡은 신상우 작곡가의 작곡 스타일 그대로 - 악보에서 먼저 작곡한 것이 아닌, 미디 프로그램에서 먼저 스케치를 한 초안 그대로-의 흔적이 보였기에, 어느 정도 반주의 수정이 회사 입장에서 필요했다. 


우선 새롭게 수정 보완된 결과물이 있으니 들어보자.

http://www.vitnara.co.kr/file_server/thegrace/3/19%20all.html

녹음은 아이노스 합창단 (지휘 이선우)에서 수고해 주셨다. 

초판 악보 (2003년 출판)을 이곳에 올리지는 않겠다.


1. Intro 서주의 반주의 흐름, 그리고 마법의 열쇠 4도/5도 화음

첫 시작 2마디는 추측컨데, 신상우 작곡가가 왼손에 완전 5도의 음형으로 이루어져 순차적으로 5도씩 내려가는 반주를 붙이려 했음을 예상하고 반주자 입장에서 쉬운 아르페지오 형태로 수정 보완하였다. 막상 첫마디부터 손을 대다 보니, 원곡에선 없는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4마디부터 슬슬 시동을 걸어 점차 상승하여 6마디 3박에 G13 코드 형태의 화음을 써서 '꼭짓점' 형태를 만든 뒤, 하강하여 8마디 3박에 Eb/F 화음을 사용하여 곡의 시작을 알리게 했다. 사용된 Eb/F 화음 = 4도/5도로 연주하는 화음은 현대 교회음악 반주에서 정말 쓰임새가 많으며 동시에 듣는 이에게도 곡의 '시작'을 알리게 하는 좋은 소리를 가져다준다. 해당 화음은 계속해서 곡 사이에 등장하며 노래 프레이즈의 '시작'을 알려준다. 추후 이 화음의 사용 용법에 대하여 다양한 예를 가지고 써볼 예정이다. 


2. 4분 음표 1박씩 찍는 화음


23마디, '살아계신 하나님'하면서 본론으로 진입하는 부분에선 의도적으로 1박씩 '찍는' 형태의 가장 쉬운 화음 연주를 넣어 25마디 molto rit. 부분이 더 극대화되도록 했다. 1박씩 연주하는 화음으로 나왔다가 24마디에서 좀 더 넓고 풍성한 소리의 반주를 넣어 주기 위해 반주 형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때론 반주는 너무 화려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피아노 전공자들의 CCM반주는 거의 대부분이 화려한 피아노 테크닉 같은 반주를 구사하나, 오히려 1박씩 연주하는 형태가 오히려 더 좋다. 반주는 말 그대로 ACCOMPANY 동반하다는 뜻으로 함께 연주하는 VOCAL이 MAIN이 되도록 ACCOMPANY 한다는 뜻이다. 절대 반주가 VOCAL보다 드러나서는 안되기에 화려한 반주보다 오히려 '1박씩' 연주하는 것이 더 좋다는 필자의 의견이다. 


3. 삽입되지 않았던 16분 음표 반주가 만들어 주는 준비 과정 

원곡에는 없었으나 38마디에는 16분 음표 형태의 반주가 들어가는 것이 더 39마디의 합창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리라 생각이 들어 16분 음표 형태의 반주를 삽입하였다. 합창과 함께 해당 부분이 아르페지오 변화 화음으로 처리되어 신비롭고도 은혜로운 흐름을 만들어 주었다. 16분 음표 반주 형태는 앞에 나오지 않았다가 등장했기에 더욱 '새로움'을 준다. 


4. 허위 종지의 효과 

51마디의 3박 부분을 보자. 원곡에 없는 6도 화성을 집어넣어 '허위 종지'를 만들었다. 허위 종지란 듣는 이에게 끝날 것 같은데 한번 더 해당 프레이지를 늘려주어 '반복하겠네'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해당 곡은 Bb 메이저 이므로 해당 곡의 6도 화음은 G마이너 화음이다. 이러한 반주는 얼마든지 CCM반주에 응용되어 쓸 수 있음을 명심하자. 


원곡 자체가 너무나 훌륭하고 은혜로운 곡이기에 원곡을 손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반주 부분의 부분 부분을 조금씩만 고친다면 원곡 자체에 표기된 '정리되지 않은' 음형들을 더욱더 반주자 입장에서, 피아노 치는 사람 입장에서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고, 그에 따라 위와 같은 변화를 주었다. 


연주한 아이노스 합창단에서는 '바뀐 부분'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는 후문이다. 

좋은 편곡은 필요하다면, 수술하듯이 싹 바꾸는 편곡도 때론 필요하지만, 이렇게 SLIGHTLY 하게 하는 것도 어떨까 하면서 해당 명곡의 부분 반주 수정, 출판, 작업기를 마친다. 


해당 곡은 빛나라 더은혜론성가3(2018.8월 출판)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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