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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시험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23세부터 다시 시작해 영어습관을 만든 이야기



영어는 시험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이 글에서 필자가 어떻게 영어를 다시 시작하고 학습했는지 짧은 정리를 남기고 싶다. 분명 필자와 같은 분이 계실 것이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갓 대학교 입학한 때만 하더라도 영어라면 손사래를 쳤다. 학교에서 교양영어라는 수업으로 당시 미션스쿨 계열이라 미국인 목사님이 교수로 계셨던 강의는 아마도 C+을 받았던 듯하다. 수업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 시간 자체가 정말 몸서리나게 싫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필자가 영어공부를 하겠노라 결심한 것은 2003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남동생과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부터였다.

당시 필자는 군 복무를 마친 상태였고, 남동생은 - 아마 당시부터 졸업인증제가 시행되어서 - 영어를 그래도 토익 공부하면서 몇 마디라도 할 줄 알았다. 손짓 발짓을 하고 어설픈 영어단어 몇 개를 나열해도 유럽의 사람들 (그들도 영어가 네이티브는 아닌 사람들)과 대화가 되는 것을 보고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아! 글로벌한 시대, 왜 그리 다들 '영어 영어'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온 만 23세 6개월의 청년은 그때부터 영어공부를 하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토익, 토플, 텝스 점수를 올리려 생각한 것이 아니라 '아 나도 폼나게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다짐이었다. 아마 그때 내가 취업을 위해, 영어를 하겠노라 생각했다면 지금의 나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미친 듯이 시작된 읽기의 훈련


비싼 학원비, 과외를 할 여력이 안되었다. 따라서 당시 (2003년)에 할 수 있었던 최고의 노력은 EBS EASY ENGLISH 책을 사서 아침마다 공부하고 대본을 외워 보는 것이었다. 아침 7시 20분 - 7시 40분까지 주 6일 방송을 했었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시간에 미리 일어나 해당 본문을 먼저 읽었고, 방송을 듣는 동안에도 입으로 따라 읽었고, 취직을 하지 않은 놀고먹자 대학생의 시간이었으므로, 어디를 다니더라도 외운 당일 본문을 중얼거리며 다녔다. 아직도 기억난다. 당시에 피아노 학원 알바 교사를 했는데, 지하철 역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다니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날 보며 '쯧쯧' 하던 시선. 아무렴 어떠랴. 그 사람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의지'가 중요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일단 읽어 갔다.


따라 하기 - 무조건 따라 하다 보면 길이 열리더라


2003년 여름 욕심내지 않고 내 수준에 딱 맞는 학교라 생각한 곳이 일반 편입을 뽑아 지원했다. 결과는 예비 1번. 결코 빠지지 않는 기다림 속에 필자는 이 땅에 더 이상 미련이 없노라 생각하고 유학을 생각했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필자의 집은 유복한 환경에서 유학을 갈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호주의 워킹홀리데이가 당시 (2004년)으로써는 떠오르는 신세계 같은 유학의 대안길?이었다. 지금은 매우 말이 많다. 하지만 당시로선 아직 '신선'한 부분이 있었다. 영국식, 미국식 영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때 우연찮게 주워들은 이야기 '호주 영어는 영국 영어에 더 가깝다'라는 말을 듣고 영국 배우, 영국 영화들을 구해 영어자막과 함께 컴퓨터에서 보며, 그들이 말하는 데로 '따라 했다.' 영어교육전문가 임귀열 선생님도 해당 내용을 추천하셨던지라, 그분을 믿고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내 귀를 '영국 영어'에 가깝게 하기 위해, 따라 했음은 사실이다.


언어는 언어 그대로 익히자. 문법도 영문 그 자체로


필자는 1980년생이다. 필자의 세대를 앞뒤로 한 세대는 이른바 '구식 영어교육'을 받았다. 성문 영문법 시리즈. TO부정사, 미래 시제, 과거 분사의 용법... 같은 문법. 영어를 영어가 아닌 '한글'로 익혔다. 이런 방법으로 영어를 매우 잘했던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결정적으로 필자가 영어를 영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는 이러한 잘못된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어는 말 그대로 한국어와 다른 '언어'다. 영어를 '시험'처럼 받아들이려 하니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어린아이를 키워본 분은 안다. 아이가 말은 못 해도 어른들의 말을 다 듣고 이해한다. 영어는 언어다. '시험'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은 언어가 아닌 '스킬'로 뇌에 각인된다. 필자는 호주 유학길에 Grammmar in Use intermediate 편을 구입해 '처음부터' '영어'로 익혀 나갔다. 적어도 한국에서 대학교육까지 이수한 분들이라면 그래머 인 유즈 인터미디에이트 편을 읽고 문제를 푸는데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행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필자는 2003년부터 '영어 쇼킹'에 자극을 받아 EBS에서 EASY ENGLISH, POWER ENGLISH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필자가 외국 유학길에 있지 않은 순간에 늘 방송시간에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해 왔다. 주 6일 20분의 시간이지만, 그것을 지켜 방송을 듣고, 문제를 풀고 예, 복습을 하는 것을 하다 보면 그것 자체가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공부한다는 것이다. 언어는 습관이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의도하지 않아도 모체의 뱃속에서부터 듣고 또 듣는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도 끊임없이 특정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 옆에 귀가 '노출'되며 언어를 '습관'으로 받아들인다. 다행히 필자의 아래 세대들은 학교에 원어민 교수도 생기고, 부자 강남 동네에서는 영어 유치원을 다니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시대로 태어나 자라온 분들도 매우 많다.


유학 가기 전,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에 충분한 콘텐츠가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 타면 옆에 붙어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고 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넘치고 넘치는 영어학습 콘텐츠가 널려 있다.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주제의 영어공부 (본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를 해보시기 권면한다.


영어를 '점수'로 받아들이는 순간, 당신의 뇌는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나이는 현재 만 39세, 1980년생. 23세부터 '바둑아 이리 와, 철수야 영희야 놀자'로 시작해 학부, 대학원을 마쳤다. 필자의 수준은 '다시 영어를 시작'한 나이를 기준으로 이제 약 16-17세 정도이다. 여러분들이 16-17세의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면 어떠한가? 필자는 늘 숙맥이고 숫기 없는 녀석이어서 말주변이 참 없었다. 그래도 할 말은 했지만.... 약 10년 넘게 '습관'을 들여오니, 인제사 겨우 할 말을 하고 이해하고, 편지를 쓰고 대화하는 수준이 되었다.


영어는 시험이 아니라 '습관'이다. 그것은 어느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유학 혹은 영어권 국가에 거주해 애인을 사귀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해 보시라. 스마트폰에서 게임만 하지 마시고, 주말 예능, 드라마 못 본 것 다 챙겨가며 영어를 정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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