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의 카탈루냐 지방선거의 결과 이후 이어진 지난한 답보상태 끝에, 드디어 카탈루냐 주 정부의 수반이 결정되었다. 당초 예상대로 카탈루냐 독립의 두 축 중 Junts per Catalunya는 (지금까지도) 카를레스 푸지데몬이 당연히 당선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지방선거 결과 발표 당시 예견되었듯 ERC와 Sumar가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과반을 간신히 넘은 68명의 지지로, PSOE의 카탈루냐 정당인 PSC의 살바도르 이야(Salvador Illa)가 당선되었다.
물론, 예상치 못했던 사건도 있기는 했다. 2017년 10월 1일, 카탈루냐 정부가 독단적으로 치른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 직후 계속 브뤼셀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이 8월 9일의 카탈루냐 정부 수간 결정을 앞두고 바르셀로나에 갑자기 방문해서 시우타델라 공원 개선문에서 게릴라 연설을 하고 사라진 것. 그는 지금 카탈루냐 독립운동 과정에서 정부의 공공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수배 중인지라, 카탈루냐 경찰도 그 자리에서 체포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는 잡히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게 되었다.
Who is Salvador Illa?
그는 중앙 정치계에 2020년의 시작과 함께 발표된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로 이름을 알렸다. 전임 장관이 의학을 전공한 뒤 PSOE에서 활동하던 오비에도 기반의 정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배정된 것과 관련하여 사실 당시 가장 큰 문제였던 카탈루냐 독립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위한 조치라는 각인이 확고하게 박힌 인사였다. 그러나 공교롭게 임명 직후 시작된 코로나19 팬더믹 시기를 행정가로서 훌륭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역량을 증명해 보였다. 이후 2021년의 카탈루냐 지방선거에서 본래 본인의 역할로 돌아가 PSC의 후보로 나서 상당한 득표를 얻었으나 아쉽게도 카탈루냐 독립 정당 두 곳에 밀려서 당선에 실패했던 바 있다. 시간이 지나 기회는 다시 찾아왔고, 이제야 취임 연설 자리에 서게 된 그는 ‘모두를 위한 카탈루냐, 카탈루냐의 안정화, 급진적이지만 모두를 위해 노력하는 변화’를 약속했다.
2024년 8월의 카탈루냐는, 2017년 설익은 상태로 폭발해 2020년 이후 방황하며 동력을 잃었던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공식적으로 그 챕터를 종결하고, 그 이후로의 전환을 꾀하는 기점으로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만,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는 카탈루냐의 독립성: ERC와 PSC 사이의 합의
이번 카탈루냐 지방정부 수립에 있어 가장 큰 두 축이었던 ERC와 PSC 사이에 이뤄진 서면 합의의 주요 내용 대부분이 스페인 내에서 카탈루냐의 독립성과 존재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소소하게는 국제 대회에서 카탈루냐 대표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거나, 카탈루냐와 스페인 중앙정부와의 소통을 위한 별도 기관을 설치한다는 것 정도가 있다. 좀 더 중요한 사안으로는 카탈란 언어에 대한 보호 조치, 바르셀로나 공항에 대한 통제권을 중앙정부가 가져간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으나, 역시 가장 큰 핵심은 재정자립에 대한 사항이다. 그리고 이 재정자립과 관련된 이슈가, 9월 말 기한을 앞두고 있는 내년도 예산 정부안 확정에 있어 큰 변수가 되었다.
현재 스페인의 예산은 대부분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앙정부가 모든 세수를 추징한 뒤 전체 세입의 전체 혹은 일부를 각 지방의 인구수 혹은 소비 비중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 방식을 거스르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스크 민족이 거주하고 있는 바스크 지방과 나바라(País Vasco, Navarra) 지방이다. 이곳은 유일하게 지방 정부가 우선적으로 세금을 추징하고, 그중 일정 비율(약 6%)을 중앙정부에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카탈루냐 역시, 세부적인 사항은 다르지만 바스크 지방과 비슷하게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세금을 먼저 추징한 뒤 일부를 중앙 정부에 보내는 방식을 제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