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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18. 2024

내 고객사 이야기 (8)

지나가는 생각들나가는 생각들


한국 고객사들에 대한 생각을 할 때면 딱히 좋은 기억이 쉽게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억지로 쥐어 짜야만 그 조직에 속해있는 어떤 직원이 그 때는 좋았다는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을 뿐, 그 회사 자체에 대한 또는 회사의 윤리, 업무방식 등에 대해서는 좋은 경험이 거의 없기에 그나마 쥐어 짜 낼 수도 없더군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asshole 로 보인다면 바로 자신이 asshole 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말이 있고, 이렇게 부정적인 견해만 가지고 있다는 점이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적이 십수번이지만, 결국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내가 맞았지!'라는 작은 쾌감보다는 씁쓸한 느낌이 대부분이더군요.


세계적인 회사 하나가 있습니다. 고객사구요. Party A (갑) 입니다. 미주지역 및 유럽 등에 많은 법률회사와 관계를 두고 있지요. 이 고객사 임원 한 명이 저를 통해 독일에 있는 한 법률회사 (Party B, 즉 '을'입니다)에 자신의 가족이 Switzerland 에 놀러간다는 소식을 전달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물론 의아했지요. 제가 교포라서가 아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셨을 듯 합니다. 어쨌거나 제게도 Party A 인 이 고객사의 요청에 대한 질문은 어찌보면 금기이기에 이 내용을 독일측에 전달했지요.


2주 후, 이 임원의 가족이 다시 한국에 왔답니다. 해당 임원이 제게 그 다음 날 물어보길 "독일측에서 아무 말도 없었나요?" 물론 없었으니 없었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 임원은 "그쪽에서 한국 회사와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을 잘 모르는 듯 한데... "라고 하며 간접적으로 이 독일 법률회사에 제가 대신 이 임원의 말을 전달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 내용이란:


"Party A 의 직원이나 관련인이 근처에 간다는 전갈의 의미는 최소한 인사 또는 '배려'를 해 달라는 요청으로, 차후 업무에 고려하였으면 한다"


였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이 임원의 나이는 50대 후반이었지만, 이 사람만의 타락일까? 라고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제가 경험한 이 회사의 다른 임원들도 정도만 다를 뿐 마찬가지였으니, 이 회사 임원들의 '비즈니스 문화'는 정상이 아님을 또 알게 되었지요. 이 사람 아래 직원들도 사실 이 사람과 scale 만 다르지 같은 부류입니다. 


이후 하는 말이, 다음 주 이 독일법률회사에서 한국 방문 시 회의 장소를 회사 내에서 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한다고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하더군요. 어디에서 할 거냐고 묻자, 그는 "내 아내가 운영하는 아트 갤러리에서 하지요. 오후 2시에." 라고 하더군요. "뭐 미술품을 사라는 말은 아니고... 허허" 라는 말도 더하더군요. 자, 이 말을 어떻게 독일사람들에게 전달할까요?


그저 솔직하게 요청을 전달하고 (직역해서), 제 의견은 목소리에 담아 전달할 예정입니다. 목소리에 의미를 담는 일은 쉬우니까요. 최소한 저만은 이 집단과 같다는 인식을 이 독일사람들이 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고, 크게는 한국이 이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또한 걱정되지만, 이는 피하지 못할 듯 합니다.


'배운대로 한다'라는 말이 맞더군요. 주 4일 일하고, 최고수준 연봉을 받는 5만여명의 이 회사 직원들은 어쨌거나 좋게 볼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말단이건 임원이건 회장이건간에, 같은 썩은 웅덩이니까요. 


- October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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