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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31. 2024

빈부격차가 눈에 보였던 시절

지나가는 생각들


현재의 한국에서는 빈부격차를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모두가 옷차림도 일정 수준의 그것 이상이고 외모도 구질 맞거나 초라한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원룸이나 투룸단지에서도 다들 깔끔하고, 필요에 의해 작은 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 그리고 대치동이나 한남동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봐도 경기도 어느 곳과 다름없는 사람들로 보이지요. 교육 수준도 다 비슷한 외모입니다. (이 더러운 언행과 심사를 가진) 정치인들도 겉으로는 이만한 숙녀들과 신사들도 없다고 보일 정도니까요. 속사정이 웬만해서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뉴욕의 경우는 사뭇 다릅니다. Manhattan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Queens, Brooklyn, The Bronx 등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의 소득적 교육적 차이가 느껴집니다. 각각의 속사정이 얼굴에서, 차림에서, 언행에서 드러나는 편입니다.


어느 사회가 더 좋은 (lesser of the two evil: 비호감인 둘을 비교하자면) 사회문화일까요?




미국 국적의 사진작가인 Janet Mendelsohn 은 독특한 사진작가입니다. 최소한 60년대와 70년대에는 말이지요. 지금도 살아계신 이 분의 작품들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과는 극명히 다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진예술분야의 post modernism era에서는 이 분은 높은 평가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이 분은 사진을 문화 분석의 도구로 사용하여 당시 빈곤, 열악한 주거 환경, 이민자 증가, 성산업으로 인해 논란이 많았던 영국 Birmingham의 도심 지역인 Balsall Heath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작품들이 이어졌지만 Birmingham에서 찍은 작품들이 주로 주목받아오고 있지요. 이 사진작가는 60-70년대 당시 영국의 Balsall Heath에서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아일랜드계, 남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일상적인 만남을 주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열광적(?)인 거리 풍경은 이 지역의 펍, 카페, 거실 내부에서 촬영한 보다 더 친밀한 사진들에서 볼 수 있으며, 이 사진들은 철거와 재개발 지역의 잊힌 기록이기도 하고, 철거 현장 내 양옆으로 늘어선 집들, 어린아이들의 임시 장난감이 되어버린 벽의 느슨한 벽돌 등 말 그대로 무너진 물리적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무너진 사회와 이 속에서 유지되는 humanity를 이 분의 사진들 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Janet Mendelsohn 은 Balsall Heath에서 일하던 24세의 매춘부 Kathleen과 친밀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위 사진들이 Kathleen의 사진들 중 일부로, Mendelsohn은 Kathleen이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모습, 어머니를 만나러 간 모습, 애인이자 포주인 남편과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 부부가 함께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모습 등을 촬영했다지요.


Kathleen과 그녀의 친구, 가족, 지인들과의 인터뷰가 이미지와 함께 제공되면서 언론에서 널리 악마화되고 있던 매춘과 같은 활동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의 capturing으로 Mendelsohn의 이미지와 텍스트는 피사체의 인간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에 기여한 사회적 조건과 구조를 표현함으로써 언론의 히스테리를 비판한다는 평이 나 있다고 하지요.





이 분의 사진들 중 큰 주목을 받은 것이 1968년 작품인데, Mendelsohn 은 Ladywood, Birmingham에서 어린 발레리나 소녀를 찍은 사진이랍니다. 아래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잔잔하게 마음이 이끌리며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지닌 듯한 느낌을 받는다지요. 이 사진은 Birmingham이 극적인 사회 변화를 겪던 시대의 삶의 한 단면이었답니다. 거의 50년이 지난 후, 이 '발레리나 소녀'는 Lorraine Williams로 밝혀졌으며 그녀는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시절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그때가 내 최고의 날들이었다 (I would live those days again—they were the best days)”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애틋하게 회상했습니다. 발레 포즈를 취한 그녀는 영국 전역의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의 변화하는 문화에 적응하고 있던 커뮤니티의 회복력과 동시에 타협하지 않는 우아함을 상징했다고 합니다. Ladywood를 배경으로 한 이 이미지는 이 동네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있으며, 있는 그대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든다는군요.



Lorraine Williams의 사진은 Mendelsohn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이미지 중 하나랍니다. 이를 통해 예술, 정체성, 커뮤니티가 교차 존재했던 세상이 있었다는 흔적이 된다는군요.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버밍엄의 풍부한 역사는 변했지만 영혼은 살아있는 곳, 다양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혼합으로 이어졌고, Mendelsohn의 렌즈는 그 시작부터 이를 정확히 포착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Lorraine Williams는 여전히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 근처에 살고 있으며, 이는 그녀가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하고 한다는군요. Mendelsohn의 사진은 개인적인 기억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무자비한 변화를 겪어낸 한 커뮤니티의 회복력과 강인함을 반영합니다. '발레리나 소녀'의 이미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이자 버밍엄의 문화 역사에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남아 있으며 Mendelsohn의 예술성을 통해 버밍엄의 유산은 살아 숨 쉬며 자부심, 공동체, 일상의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통해 도시의 여정을 감상할 수 있는 세대를 하나로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돈이 없거나 학력이 부족하거나, 또는 버젓한 직장이 없기에 가면을 쓰고 사는 지금의 사람들, 그렇기에 누군가가 아주 작은 상처를 주면 이에 대해 극도의 폭력으로 대응하는 지금의 사람들, 사회문화적인 장벽과 환경으로 인해 은둔자들이 많아지고, 이들의 심리상태가 정상이 아닌 어떤 다른 새로운 종 (species) 으로 사회에 위협이 되는 지금의 사회.


이와는 반대로 어울리지 않는 또는 정당한 방식으로 부를 쌓은 자들의 masquerading 도 존재합니다. 이 경우는 구역질이 더 나지요.


영국의 소설가인 Mary Shelley 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The history of villains is much more entertaining than that of heroes, because monsters are not born, they are created. They do not emerge from emptiness or darkness of their own accord, but are shaped by circumstances, by the wounds of the world around them. They reflect the depths of human pain, rejection, loneliness, misunderstanding. A hero is defined by his acts of bravery, but a villain is the result of a heart that was once pure and ended up corrupted. Monsters, in their tragedy, show us what could happen to us all, if the world were to turn its back on us."


“악당의 이야기는 영웅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괴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그들은 공허함이나 어둠 속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세상의 상처에 의해 형성됩니다. 영웅은 인간의 고통, 거절, 외로움, 오해의 깊이를 반영합니다. 영웅은 용감한 행동으로 정의되지만, 악당은 한때 순수했던 마음이 결국 타락한 결과물입니다. 괴물은 세상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다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들의 비극을 통해 보여 줍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 특히 자살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 고뇌해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어처구니없다고 할 사람들이 반드시 있겠지만) 으로는 이를 위해 한국사람들이 우선 해야 할 일은 (1) 광고매체에서 연예인들과 가수들 빼기, (2) 정치이야기는 뉴스의 마지막 부분으로 옮기기, 그리고 (3) 드라마는 늦은 밤 시간으로 몰아내기 - 입니다.


- October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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