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한국가요가 외국에서, 제게 있어서는 뉴욕에 더 어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예전 가요의 경우이며, 아마도 그 이유는 예전 70년대 - 90년대 한국가요들이 상당히 romantic 하고 작품성이 완벽한 노래들이 많았고, 그렇기에 뉴욕이라는 최대도시에 꽤 어울렸던 것이 아닐까요? 최근 한국가요 (일명 K-pop) 는 왠지 뉴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뉴욕이 더 이상 별 볼일 없는 도시가 되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Teresa Teng (등려문) 의 "The Moon Represents My Heart" (Chinese: 月亮代表我的心) 이 Downtown New York City 에 꽤 어울리는 노래겠지요. 물론 대만 및 중국 본토에서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렸고, 중국본토의 경우 당시 "낮에는 등소평이, 밤에는 등려문이 중국을 지배한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노래는 영화 때문인지 뉴욕이 더 잘 맞아 보입니다.
80년대 후반 들었던 한국가요들 중 (저는 십대 중/후반에 한국가요를 듣었답니다. 기이하지요?) 가수 최성수 님의 노래 "동행"이 그런 노래들, 즉, 뉴욕에 꽤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시점, 그러니까 예전 11월 말에서 12월 중순까지 아주 잘 어울리는 가사와 음율이라고 당시에도 느꼈고, 지금도 변함이 없음이, 가수 이광조 님의 노래 "상심의 거리에서" 중 가사, 즉 "궁그는 그리움에 낙엽들이 흩어진다"는 가사처럼 마음 깊숙히 찌르는 표현들이 이 노래 "동행"의 가사에서도 찾을 수 있지요. "그 날을 생각하자니, 어느 새 흐려진 안개...."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훌륭한 가사지요.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 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빈 밤을 오가는 날은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 있는 날까지
가사는 반복형으로, 길지 않습니다. "빈 밤을 오가는 날들"을 경험하신 분들은 이 소모적인 때가 어땠음을 잘 아시겠지요. 결국 힘이 빠져 더 이상 어쩔 수 없어도 그 장소를, 그 시간에 반복적으로 헤메게 되는 이유는 설명하기엔 구차하지만 사람이라면 한 두번 쯤은 빠져봤을 그런 경험과 감정이지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80년대의 한국 문화, 특히 당시 서울의 밤길 이곳저곳을 다니며 보고 들으며 접하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문화 - 그것이 오락이건 유흥이었던간에 - 를 어쩌면 제대로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수 김종찬 님 (지금은 개신교 목사님이 되신 분) 이나 조하문 님 (마찬가지로 개신교 목회자가 된 분) 의 노래들을, 한국에 있게 되면 늦가을 또는 겨울에 자주 듣는 이유가, 아마도 제가 모르는 80년대의 한국을 꽤나 그리워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지금은 아주 간혹 서울 밤거리에 나가도, 그때처럼 낭만적인 서울은 (아마도) 찾을 수 없지만 말이지요.
이래서 한국은 제게 있어 "갈 수 없는 나라"일지도 모릅니다. 몸이 여기 있다 할지라도.
https://www.youtube.com/watch?v=xL9b4Ka3D9g
- November 11,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