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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Feb 06. 2021

1화 제기랄

- 치열恨 sssssssul

오십을 직전에 둔 마흔아홉 가을,

적확히 말하자면 작년 가을 공린이가 되었다.


재기발랄(제기랄이겠지.)했던 20년 차 프리랜서의 삶을 여봐란듯이 관두고 녹봉(祿俸)을 먹는 직장, 공린이의 삶(별정직 수준이지만)이 시작되었다. 이 역시 재기발랄한(제기랄한) 삶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프리랜서로서의 20여 년, 남들보다 뒤늦은 나이에 들어간 방송국 생활은 정말이지 꿈만 같았다. 내가 쓴 글(물론 오그라드는 순간이었지만),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다니,,, 매일매일, 하루하루, 꼬박 20여 년, 한결같이 글을 썼던 나. 그리고 나의 자존감과는 전혀 결을 같이 하지 않았던 나의 노동에 대한 보상. 20여 년, 참으로 한결같더라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방송작가라는 타이틀은 나에게는 감격스러움이었고, 참으로 고마움 그 자체였다. 글에 대한 보상, 그 까이꺼,라는 생각, 당시엔 돈은 차후 문제, 아니 그닥 중요치 않다 생각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젊디 젊었고, 어리디 어렸던 탓이었겠다. pay가 나의 자존감을 대변하는 중요한 수단이란 사실은 까마득한 뒤에 깨닫게 된 것, 뭐, 나의 무지몽매함을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는가.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 트랜드를 이끌어가는 곳에서의 열정페이, 뭐,, 나름의 지고지순한 구석이라 치부해도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20여 년 글밥을 먹고 살다보니, 감격스럽고, 보람찼던, 나름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그런 순간들은 하나, 둘, 셋,,,, 열 손가락 꼽을 정도의 수준에 머물지 않았음이다. 물론,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저항하지 못했던, 그저 안주했던 내 탓도 있으니,,, 뭐, 누굴 탓하겠는가. 어찌됐든, 뭐,,, 이런 나름의 자존감 하락과 자괴감에 탈출을 감행하게 됐음이다. 그러나,,,


아. 뿔. 사!


후회해도 때는 늦으리. 띠로리~ 그저 사람들 원하는 유망직종, 이상적인 직업, 꿈의 직업,,,이라 바라봤던 공린이의 삶, 뭐, 다들 해 나가는데 나도 할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덤벼들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은 직업이었던 것이었다. 수많은 품의와 기안과 숫자들 속에서 깨달은 것은 공()밥은 공()이 아니었구나,,였음이다.


"귀 먹어서 삼 년이요. 눈 어두워 삼 년이요. 말 못해서 삼 년이요.

 석 삼년을 살고 나니, 배꽃 같은 요 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 요 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열새 무명 반물치마 눈물 씻기 다 젖었네."


시집살이 수난 구전가요가 이리도 내 가슴에 사무치다니,,,, 제기랄....




버틸 수 있을까?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 박완서 작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오랜만에 집어 든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프롤로그에서 발견한 한 줄의 문구.

왠지 위안이 되는 건, 뭣 모르고 불나방처럼 뛰어든 지금의 내 모습이 투영된 탓일까?

뭔가 이 한 구절의 문구가 가슴을 에이게도, 가슴을 보듬어 주는 듯하다.

한계에 도전해 잠시 희망을 맛 보았지만, 역시 인생은 녹록치 않았구나를 깨닫게 된 나.

하지만, 인간의 한계가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란 말에 나의 선택이

세상을 움직이는 아주 미미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 여겨도 되겠지???



버텨보자!





매일 저녁 분리수거함에 쌓여가는 맥주캔을 위로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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