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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Dec 18. 2022

3화 누수에서 시작된 온. 기. 타. 령.

 석 달 전쯤인가? 수도세가 갑자기 치솟았다. 관리비 항목에서 수도세는 들여다본 적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몇천 원에 불과하던 수도세가 몇만 원으로 치솟았으니, 놀랠 노자! 사실 수도세에 하수처리 비용도 포함돼 있었다. 수돗물을 쓰는 만큼 하수처리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라는데, 유레카!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놀라웠음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자그마치 한 달에 30톤 가까이 쓰고 있다는 사실! 순간, 이건 필시 누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일단 누수의 원인을 찾자! 화장실 언저리에서 언제부터인가 발생 되고 있는 소음. 무심코 넘어갔던 이 소음은 양변기에서 발생하고 있었고, 양변기에 흘러 들어가는 물을 차단하니, 팽글팽글 돌아가던 계량기가 멈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변기를 수리하기엔 뭔가 처리할 일이 많았고, 양변기 물만 차단하고, 가능한 한 안방 화장실을 사용하니, 누수 해결과 함께 집안에 평온이 찾아왔다.     


 물을 차단하니 샤워 역시 안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거실 화장실은 거의 들어갈 일이 없어졌다. 뭐, 한 번 신경 건드리는 사안이 생기면, 놀라울 정도로 집착하지만, 어느 순간 잊고 살자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차단해 버리는 간결 무도한 성격 탓에 거실 화장실은 점점 내 시야와 생각 언저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주 째, 문득 자주 쓰던 바디로션을 찾기 위해 거실 화장실을 들어간 순간, 피부에 들이차는 싸늘함. 사람의 온기가 이다지도 중요한 걸까? 며칠 들어가지 않았다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낯선 공간인냥, 싸늘한 공기가 잠시 나를 멈추었다.      


 온. 기.


 

 사람이 뿜어내는 온기는 공간의 따스함을 더한다. 하긴, 하루 이틀 여행만 다녀와도, 집 공기가 달라지는데, 몇 주를 방치해 둔 공간이니, 당연히 사라지고도 남았겠지. 공간에 스며드는 사람이 뿜어내는 온기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사람으로부터 채워지는 온기는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다. 우린 가끔 이 온기를 채워가는 일을 등한시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싸늘한 공기가 나를 감쌀 무렵, 때를 놓치고, 새어나간 온기의 소중함을 아쉬워한다. 연말이라 더 사람 온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누수에서 온기로 이어지는 썰을 지루하게 풀어봤다. 결론은 새어나감에 서러워 말고, 사라지기 전 온기를 데워보자. 사람의 온기는 사람만이 채울 수 있으니까.   

  

 P.S / 아,,, 물론, 기계의 힘으로 채워지는 온기도 존재한다. 12월, 겨울 시작과 함께 느껴지는 발바닥 한켠의 온기, 보일러의 힘이다. 뜨끈해지는 마루의 온기와 그 온기의 시작점인 발바닥의 밀착감에서 느껴지는 온몸의 노곤노곤함은 쨍한 추위가 시작되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이 역시, 코 끝 시큰해지는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지나치지 말자. 가스비 그 까이 꺼 얼마나 나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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